기쁨은 내 역할

2025년 2월 16일

by 양동생

가끔 생각한다. 내가 동생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뭘까. 거창한 것은 바라지 않는다. 행복 같은 건 애초에 동생인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기쁨은 다르다. 기쁨은 순간적이고 가볍다. 어쩌면 그것은 하루를 조금 덜 피곤하게 만드는 바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나에게 그런 바람이 될 수 있을까?


기쁨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것은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빵집에서 나는 향기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들어가서 빵을 사지 않아도,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혹은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가 그날 하루를 조금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오늘 날씨 좋다." 이 한마디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에 작은 빛을 더해준다. 그러고 보면, 기쁨이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은 아주 작고, 어떤 것은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인생을 조금 더 견딜 만하게 만든다.


기쁨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온다. 예측 가능한 기쁨은 사실 기쁨이라기보다는 약속에 가깝다. 예를 들면, 생일에 받는 선물은 기쁘지만, 그것은 어쩌면 예상 가능한 이벤트다. 하지만 퇴근길에 우연히 좋아하는 노래가 들려올 때, 혹은 길을 걷다 보니 노을이 유난히 예쁠 때, 사람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기쁨은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더 깊이 스며든다.


또 기쁨은 꼭 크지 않아도 된다. 맛있는 커피 한 잔, 익숙한 사람과의 짧은 대화, 지나가는 강아지가 흔드는 꼬리. 그런 것들이 우리의 하루를 조금 더 낫게 만든다. 기쁨이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것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면, 기쁨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나는 동생이다. 내가 누나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자격도 없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는 빵이나 필요한 선물 따위를 건네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짧은 순간이라도 누나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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