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9일
그건 아주 작은 손난로였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가벼운 것. 한겨울이면 손끝이 쉽게 차가워지는 누나를 떠올리며, 특별한 의미 없이 건넸던 선물이었다. 그런 종류의 선물, 그러니까 별 대단한 고민 없이 고른 물건이 오히려 오래 남는 법이다.
나는 우연히 그걸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칠 만한 사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겐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신호였다. 내 선물이, 내가 건넨 그 작은 물건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 누나는 특별한 표정 없이 그것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무심한 듯, 오래전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아마도 누나는 내가 알아차렸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선물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그것을 건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건 수용하는 사람의 것이 된다. 그 사실을 나는 안다. 그리고, 누나도 안다.
그러나 그것을 듣는 순간, 나는 예상보다 많은 감정을 느꼈다. 기뻤다. 조금 이상할 정도로. 하지만 동시에 한 발짝 물러서고 싶어졌다. 선물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고, 그렇기에 이제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선물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받은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든,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주는 사람은 개입할 수 없다. 그것이 선물의 본질이다. 덕질러로서 나는 그 감각을 잘 알고 있다.
덕질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선물을 주는 행위와 닮아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때로는 실질적인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늘 비슷한 기대와 두려움이 깃든다. 이걸 그 사람이 알아줄까? 마음에 들어 할까? 아니면 그냥 잊힐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내가 보낸 것이 상대방의 세계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손난로를 다시 보지 못했다. 아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조용히 쓰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선물의 역할일 것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것.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존재했고, 그 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작은 물건 하나를 통해 전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선물이고, 그것이 덕질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 작은 물건이 누나의 손끝을 스쳐 지나갔던 순간을. 아주 잠깐, 그것이 나와 누나를 이어주었던 순간을. 그리고, 언젠가 내가 또 다른 무언가를 건네고, 또다시 그것이 나의 손을 떠나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고맙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