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
어떤 것을 좋아하는 일이 곧잘 이상한 방식으로 사람을 망가뜨리곤 한다. 나는 그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좋아한다. 누나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좋아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좋아하는 만큼 가까이 가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
덕질러는 기본적으로 방해물이다. 나는 누나에게 그렇게 생각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조심하고, 신중하고,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쓴다 해도, 결국은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이 있다. 마음이라는 건 그런 식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이따금 생각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어디까지가 괜찮은 걸까. 존재를 응원하는 것까진 괜찮겠지.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멀리 서라도 응원을 보내는 것. 하지만 좋아하는 만큼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다. 그 무언가가 누나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누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정말로 누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 조용히 응원하는 것. 그러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타협해야 할까.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있는 척하면서 아주 가끔 작은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누나가 나를 인식하지 않아도, 아주 가끔 한 발짝 멀리서 손을 흔드는 정도로.
그렇게 하면 좋을 텐데.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은 조용히 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