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
오늘 정치부에서 광화문 집회 취재를 나갔어야 했지만, 누나는 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춥고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조금 미안하면서도 안심했다. 동기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인파 속을 헤매고 있겠지만, 누나는 그곳에 없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은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여전히 누나의 동생이 되기 위해 걷고 있다. 하지만 누나는 그런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조용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 내 존재는 아마 방해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잘 닦인 길 위의 방지턱. 아무렇지 않게 나아가던 걸음이 나로 인해 덜컹거린다면, 그건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몇 걸음쯤 뒤로 물러나야 할까. 누나는 내가 가까이 오는 걸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냥 침묵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불편해하면서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랬기에 나는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게 더 나은 방향이라면.
이 세상엔 분명 차이는 존재한다. 생각의 차이, 성격의 차이, 취향의 차이. 그건 나의 잘못도 아니고 당연히 누나의 잘못도 아니다. 아무것도 누나랑 맞지 않은 그런 내가 누나를 좋아하게 된 것뿐이다. 누나의 입장에선 모든 불행의 시작이지만.
누나의 세상엔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잔뜩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의 선배들도 후배들도, 다른 회사의 기자들도. 출입처 사람들도. 친구들도. 전부 누나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나는 누나가 언제까지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처럼 주변에 애정을 주는 사람으로도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받아본 적이 없으나, 그건 분명 예쁘고 귀한 선택일 테니까.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누나의 세상을 더 널리 알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