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엄마와 딸
어느 날 아이가 재미난 표정으로 집에 오더니 나보고 요즘에 학교에서 유행한다며 꼭 해봤으면 좋겠다 했다.
학교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 정도려나 했는데, 의외로 아이가 들고 온 건 MBTI.
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이 있었고, 특히나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교 생활을 하는 것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통하지 않는 아이가 내 딸이라니.
생김새만 닮는 것이 아니고 성격도 부모를 닮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딸을 보면서 꽤나 혼란스러웠었다.
아이가 테스트 결과를 내게 알려줬는데 뭐에 쿵 하고 맞은 듯 어질어질했다.
무한 신뢰할 테스트는 아님을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인간을 그루핑 하는데 효과적이라 평가되는 테스트이기에 더 그런 듯하다.
ISTJ 엄마
나의 경우 성인이 되고부터 쭈욱 ESTJ 의 결과물을 가져왔다.
그러다가 성격이 변하는 건지 작년 테스트에서는 ISTJ로 변경되었다.
ENFP 딸
내 딸의 결과는 ENFP
정확하게 나와 정반대이다.
절대 안 맞는 궁합이라고 빨갛게 표기된 해설집도 봤는데..
정말 사랑이 아니면 극복이 안 되는 성격 차이인 것 같다.
ISTJ 와 ENFP 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내가 아이와 내가 다르다고 느꼈던 여러 가지 모습들을 꼽아보자면
- 화가 나면 나는 그 원인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타입
딸은 화가 나면 기분을 상하게 한 말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함
(나는 이제껏 이게 사춘기의 징후라고 생각했음)
- 무언가 할 일이 있으면 계획을 세워서 했던 나
마지막 순간에 몰아쳐서 하는 딸
(아직 어려서 계획 세우는 게 어려워서 그런 줄 알았음)
- 예전에는 꽤나 나댔었지만 요즘은 앞에 나서는 것이 그냥 귀찮기만 한 나
뭐든 앞에 나가서 주목받아야 하는 딸
(어릴 적 나를 닮은 줄 알았음)
-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의 신분이니까 했고,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나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고, 재미가 없으니 하기 싫은 딸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줄 알았음)
- 머릿속으로 뭐든 계산하고 생각하고 있는 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가늠이 안 되는 딸. 엉뚱하고 창의적이고 신기하다.
(어려서 그런 줄 알았음)
- 정리정돈은 꼭 하는 나
책상 수북이 뭐가 쌓여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딸
(매번 내가 치워줘서 습관이 안 들어 그런 줄 알았음)
아이를 키우면서 사소한 생활 습관부터 친구를 사귀는 일까지 여러 가지 것들에 맘 졸이고 어떻게 키우는 게 옳은 일인지 참 고민스러운 순간들이 많은데, 여기에 학습 습관이라는 거대한 축이 들어가게 되니 정말이지 너무나도 어렵다.
아이가 ENFP라는 걸 알고 난 이후 이런저런 자료들을 검색해봤는데, 읽고 나서는 그때뿐 금방 잊게 되어 따로 내 공간에 기록해두고 아이를 이해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