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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ix Dec 01. 2023

Firenze dei gioielli 2.

2023 이탈리아 여행기 12 - 03292023

문화의 힘으로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

# 문화란 무엇일까

21세기를 넘어서면서 한국 곳곳에서는 문화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 작명들을 무수히 만나게 되었다. OO문화 공간, OO문화재단, 문화 도시, 문화 OO소 등등 마치 만능열쇠처럼 무언가 애매하거나 막연한 개념의 사업, 조직, 공간 등에 문화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여러 사례들을 만나면서 과연 '문화'가 뭐길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대개 문화라는 단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양식의 집합, 총체', '인간이 공유하고 전수하는 삶의 양식' 등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우리가 먹고, 자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이 다 문화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건 공유와 전달이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 공유되고 후대에 전달되면서 문화는 축적되고, 진보하며 발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 한 생애를 살면서 남기게 되는 모든 삶의 흔적들이 모이고 쌓여 인간만이 이룩할 수 있는 문명과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문화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기억과 약속, 그것이 미래를 만든다 

전날 저녁 Il CoCo에서의 즐거운 저녁 식사 이후 숙소로 돌아가 하룻밤을 보내고 피렌체에서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피렌체에서의 이튿날 오전에 대한 계획을 딱히 세우고 있지 않아서 어디를 둘러볼까 하다가 Hong이 제안한 곳이 바로 Museo degli Innocenti였다. 이곳은 15세기에 세워진 병원이자 공립 고아원으로 세계 최초의 고아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피렌체를 다루는 국내 TV 프로그램들에 소개되기도 했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445년에 처음으로 버려진 아이를 맡아 기르기 시작하면서 고아원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한 이곳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건축가 Filippo Brunelleschi가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물관이자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뭔가 대단하고 엄청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 만난 전시품들이야말로 인간의 문화가 가질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고마운 전시품들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전시장에는 고아원이자 병원으로 운영된 역사를 보여주는 여러 자료들로 채워져 있었고, 여기서 나는 기억과 기록, 약속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울 수 있었다. 

이곳의 역사를 연대별로 정리해 놓은 Time line. 

이 박물관의 전시품들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맡긴 반쪽 짜리 동전, 펜던트 같은 것들이었다. 이는 나중에 시간이 흘러 아이를 되찾으러 오게 될 때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맡겨둔 표식 같은 것들이었는데, 이 고아원에서는 그들이 맡겨놓은 표식들과 편지, 처음 입고 왔던 옷 등을 부모들의 재방문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 보관했던 것이다. 전시되어 있는 여러 반쪽짜리 동전, 펜던트들과 함께 아이와 부모의 사연, 그리고 맡겨진 아이들이 어떤 과정과 경로를 거쳐 성장했는지를 기록해 놓은 문서들을 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수백 년 전 어려운 현실과 상황에 처해 아이를 맡겨야만 했던 부모의 심정, 아이를 맡아 기르게 된 기관이 가졌던 책임감, 아이를 맡긴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이 시공간을 초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약속과 기록으로 만들어진 문화적 유산, 이런 것들이 바로 인간이 만들어가는 문화의 가치 아닐까.     

반쪽의 동전, 펜던트 등과 함께 전시되어 있던 맡겨진 아동들에 대한 꼼꼼한 기록들. 결국 이러한 철저한 기록들이 지금은 그들의 문화적 유산으로 남았다.
도시의 중심이 두오모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 Museo degli Innocenti 2층에서 보이던 대성당의 돔. 박물관을 나와 걸어가던 골목 사이로 보이던 돔까지.

# 피렌체의 상징, 베키오 다리. 그리고, Panini. 

Museo degli Innocenti에서의 감동과 존경심을 뒤로하고 피렌체의 명소이자 상징인 베키오 다리로 향했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이 다리는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 위에 놓인 중세에 만들어진 다리로 다리 위에 만들어져 있는 가게들로 유명하다. 또한 강가에서 바라본 이 다리의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전경 때문에 유명하기도 한데, 지금은 보석상이나 미술품, 기념품 판매소 위주의 가게들은 본래 푸줏간들이었다는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1345년에 재건되어 아르노 강에 있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2차 대전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다리라고) 아니나 다를까 다리 위와 주변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다들 인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었다. 마찬가지 우리도 사진을 남기고 점심식사 장소로 향했다. 

많은 인파로 넘쳐나던 베키오 다리 위 상점가의 풍경. 관광객도 많지만 쇼핑을 위해 방문한 이들도 많아 보였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아르노 강의 풍경.

 

역시나 예쁘다. 베키오 다리의 겉면. 

베키오 다리를 매우 빠르게 둘러본 후, 점심 식사를 위해 바삐 이동했다. 이 날의 점심은 바로 파니니(Panini). 파니니는 이탈리아식 전통 샌드위치를 뜻하는 말로 치아바타나 미케타 빵 안에 고기나 햄, 샐러드 등을 넣어 먹는 샌드위치에 대한 통칭이라 할 수 있다. 이 날 오후에 우피치 미술관 가이드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우린 간단히 먹고 이동할 수 있는 메뉴로 파니니를 골랐고, 파니니로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All'Antico Vinaio(https://maps.app.goo.gl/MNAzFPMCPxukuKoU7)". 

각종 사이트에 피렌체를 대표하는 파니니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는 이곳은 본래 있던 가게를 1989년에 인수하여 영업을 시작한 비교적 젊은(?)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매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주문과 조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건 비교적 좁은 매장 면적 때문에 좌석이 부족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매우 자연스럽게 매장 밖 골목길 가에 서고 앉고 기대고 해서 알아서들 식사를 잘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우린 마침 매장 안 바 테이블에 좁게 자리가 난 덕분에 매장 안에서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살라미와 햄, 치즈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는 신선한 원재료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었고, 무엇보다 양이 엄청났다! 샌드위치가 크고 양이 많다는 몇몇 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하나를 주문했던 나는 결국 반쪽을 남기고 말았다.(물론 저녁으로 남은 반쪽을 먹어치웠지만.) 어찌 됐건 매우 맛과 양, 가격 모두 매우 만족스러웠던 파니니 식사를 마치고 우린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방문지 우피치 박물관으로 향했다.   

All'antico Vinario의 간판, 그리고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파니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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