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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ix May 16. 2023

Ricco Milano 1.

2023 이탈리아 여행기 1.

부유하고 호화로운 얼굴을 한 도시, 밀라노

# 우리는 왜 밀라노로 입국하였나

2023년 3월 20일 밤 11시 50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이탈리아로 향했다. 우리의 입국도시는 밀라노였다. 보통 이탈리아의 In-Out 도시로 로마를 선택하는데 우린 북쪽의 밀라노로 들어가서 남쪽의 나폴리에서 나오는 루트로 정했다. 그 말인즉슨 우린 5주간 이탈리아를 위에서 아래로 일주할 예정이라는 것. 여행 중에 만난 이들에게 우리가 몇 주째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려주면 다들 무척이나 부러워했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음음.(이 부분에 대해선 추후 공개) 그렇게 이탈리아를 종단하는 우리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경유 시간 포함 20시간 가까이 걸려 현지 시간 3월 21일 오후 1시 10분 즈음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했다.


# 밀라노의 첫인상

공항 도착 이후 숙소가 있는 밀라노 중앙역(Stazione Centrale di Milano)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여 내려서 만난 역사건물이 밀라노와 이탈리아의 첫인상이었는데 "그냥 기차역인데 왜 이리 멋있는 거지?"란 말이 절로 나와 버렸다. 사실 다른 도시에도 멋진 기차역은 충분히 많다. 뉴욕 맨해튼에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이라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터미널이 있듯이 그럴 수 있다 여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뭐랄까, 밀라노 중앙역이 주는 이미지는 마치 내게 선전포고를 하는듯한 느낌이었다. "기대하시라. 당신은 이제 비주얼의 폭격을 맞게 될 것이니."라며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냥 기차역이었지만 유명한 유적인 신전이나 두오모와 다를 바 없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웅장하고 화려했다. 강렬한 밀라노 중앙역의 비주얼을 뒤로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밀라노 중앙역의 전경. 1931년에 완공, 하루에 약 30만 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 젤라토, 그리고 나빌리오 운하(Naviglio Grande)

중앙역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어느새 늦은 오후. 일단 우린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항상 어디든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선 루틴이 있다. 숙소 체크인->숙소 주변 검색->주변 돌아보기의 순서로 이뤄지는 이 루틴에서 검색의 첫 카테고리는 슈퍼마켓 혹은 구글맵 메뉴에 있는 식료품점이다. 슈퍼나 마트를 찾아 물이나 마실 거리 및 간단한 먹을거리들을 구매해 놓는 것이 제1순위. 그리고, 숙소 주변의 식당을 검색한다. 왜냐하면, 그 도시나 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나 누구나 추천하는 유명레스토랑도 중요하지만 숙소와의 거리도 무시 못할 요소이기 때문이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구석구석에 숨은 괜찮은 식당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들 때문에 숙소 주변의 식당들을 검색해서 어플에 저장해 놓는다.

늘 하던 대로 주변 슈퍼에 들러 물 한 병을 사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젤라토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 하면 젤라토 아니겠는가. 둘이서 달콤한 젤라토를 하나씩 사서 맛을 보니 이탈리아까지의 기나긴 여정으로 인한 피로가 사르르 녹아드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우리가 처음 맛본 이탈리아 음식은 달콤하고 상큼한 젤라토였네.

  

마트나 슈퍼를 가면 식료품을 찍어 본다. 그러면 이들의 생활물가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그리고 우리가 먹은 이탈리아의 첫번째 음식 젤라또.

간단한 쇼핑과 젤라토 시식까지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 식사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짧게나마 방문해 볼 수 있는 곳으로 나빌리오 운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밀라노 중심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이곳은 밀라노 두오모를 건축할 때 썼던 대리석, 목재들을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하라고 한다. 지금은 운하로써의 기능보다는 뷰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운하로써의 쓸모를 다한 듯한 물길에서 간간히 조정(Rowing)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고 운하 주변으로 늘어선 노천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운치를 더해주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이 어스름 해 질 녘에 가까웠기에 늦은 오후의 나른함과 일과를 마무리하고 하루의 피로를 씻어낼 수 있는 저녁 시간에 대한 고요한 기대감과 흥분이 함께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누구나 다 찍는다는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쓸모를 다했다 할 수 있는 공간과 건축물들을 되도록 그대로 보존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도시의 명소로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부러움이 느껴졌다.

 

해 질 녘 나빌리오 운하의 풍경. 저물어가는 햇살과 물길 위 조정을 즐기는 사람들, 물길 주변의 나이 든 건물들이 평화로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 첫 식사는 티본스테이크

대망의 첫 식사를 어디서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구글맵을 뒤졌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어딘가에 소개되어 있는 유명 식당보다는 숙소 근거리에 있는 괜찮을 법한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가 숙소를 잡은 중앙역 근처가 밀라노의 유명 관광지 혹은 도심과는 좀 떨어져 있기에 방문객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보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한다는 Il Manarino Tenca였다. 미식의 천국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 피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스테이크 또한 훌륭함을 알고 있었기에 과감하게 스테이크로 첫 번째 저녁 메뉴를 선택했다.

이 식당은 마치 한국의 정육식당 같은 시스템인데, 식당 전면에 자리 잡고 있는 쇼케이스에서 고기부위와 양을 고른 후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으면 조리해서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쇼케이스의 고기들에 적혀있는 판독불가한 이탈리아어 때문에 난항을 예상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영어로 소통 가능한 담당 직원 덕에 무사히 주문을 했다.(유럽이나 미주에 오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깃값이 싸고 양도 많다. 여기도 기본 주문이 500g, 2인분이면 1kg을 기준으로 하는 듯했는데, 우린 Hong의 컨디션이 약간 저하된 관계로 티본스테이크 500g과 샐러드를 함께 시켜 먹었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하우스 와인과 함께 테이블에 서빙된 음식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적당히 구워져 한입에 제대로 된 풍미를 맛볼 수 있었던 티본스테이크는 육즙을 가득 품고 있었고 레드로 주문한 하우스 와인은 고급지진 않았지만 함께 한 음식들과 훌륭한 궁합을 만들어주었다. 특히, 스테이크의 경우 별다른 스테이크 소스 같은 건 내어오지 않았고, 가장 기본적인 양념인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정도와 함께 오로지 불의 힘과 신선한 고기로 승부를 보는 맛이었다. 어디선가 봤던 남부유럽 국가들의 원재료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요리방식을 제대로 경험한 셈이다.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첫 번째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이후 이탈리아에서 만난 음식들은 나에게 '맛있다'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주었다 할 수 있을 만큼 모두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웠고, 나의 먹방 여정 포텐이 제대로 터지게 된다. 

 

우리가 주문했던 티본스테이크와 하우스와인. 도기로 만들어진 하우스 와인 병이 매우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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