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뀐다.
영원불멸한 사람이 없듯이, 영원불멸한 트렌드도 없다.
생각해봐라. 하다 못해 기원 전부터 핫하게 활용했던 물질에 따라 '구석기', '신석기' 따위로 나뉘지 않는가.
(물론 역사적으로는 인류의 발전과 발견에 의한 것이겠지만, 내 맘대로 해석해 보기로 한다.)
10년 전 핫했던 브랜드가, 현재도 핫한 것은
내가 아는 한 열 손가락에 꼽힌다.
'브랜드'라는 것은 상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단순 Label에서 시작한 브랜드는 그 제품을 상징하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없던 가치를 창출해 내기도 했다.
그렇게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는 듯 했다.
그러나 디지털의 등장은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누구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고,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과거 오프라인 베이스의 브랜드 시대에는 그 브랜드를 소개하고 한 곳에 모아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여 매출을 담보할 수 있는 유통사의 파워가 막강했다면,
온라인의 시대에는 브랜드 스스로 제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니 제품 자체의 중요성과 힘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렇게 커머스의 시대가 열렸다.
기존의 문법들을 완전히 부정하면서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플랫폼이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디어커머스’였다.
노골적으로 기능을 비주얼화 하여 소개하고, 판매 채널 역시 Direct To Customer, 즉 자사몰 베이스로 진행되었다.
기존의 마케팅 / 유통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린 센세이셔널한 구조.
이 구조는 2-3년간 유통 대기업마저 위협을 느끼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커머스의 선두주자이자 가장 대표적인 회사인 블랭크는 그 시절 가장 빠른 성공을 이뤄내며,
이건희 회장의 삼성동 자택의 옆집을 매수하기도 했다.
가장 오랫동안, 굳건히 대한민국 1위를 지키고 있던 회사의 수장과 가장 단시간에, 가장 획기적인 방법으로 성공을 이뤄낸 회사의 수장이 나란히 살고 있다는 것은 집 그 이상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브랜드이기를 거부했던 커머스의 시작이자 가장 큰 성공 신화를 기록했던 블랭크는 최근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브랜드를 인수해 매출과 기업가치를 키우는 방식인 애그리게이터 사업 모델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잠재력 있는 브랜드만 인수해 규모를 키우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빨라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언제든 원하면 물건을 팔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가졌던 블랭크.
커머스는 ‘방식’이 무너지자 몰락했다.
브랜드는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가치’로 모든 것을 증명한다.
그렇게 이제 세상은
다시, 브랜드로 흘러간다.
*이렇게 짧게 쓸 이야기는 아니기에, 이 이야기는 차차 풀어서 더 써내려가봐야지
이 모든 세상의 변화를 한 페이지에 담아내는 것은 너무 오만하네 생각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