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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봉황새 Sep 24. 2023

시골 약사의 하루

할머니와 불가리스 (1)


약국 전화기가 울린다.

"여보세요? 이**내과 밑에 약방이유?"


"네 어르신. 여기 *약국이에요."


"내가 원장님한테 혈압약 타면서 위장약도 처방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집에 와서 보니까 위장약이 없네."


"네~ 어머님 아까 약설명 드릴 때 오늘 위장약은 빠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으이그 내가 알았나. 나는 원장님께 다 달라고 해서 다 챙겨준 줄 알았지."


"그럼 일단 원장님께 전화해 볼게요~"


어르신께서 댁까지 가신 뒤 다른 소리를 하셔서 나도 기분이 상했고 뒤에 손님들에게도 불편을 드릴 수 있어 일단 전화를 부랴부랴 끊었다.


원장님께 전화해 보니 실수로 처방전에 위장약이 빠졌다고 다시 처방을 내려 주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어려움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일단 어르신께 잘 설명드려야 하고, 그 후에 일처리를 어찌하실 것인지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걸려왔던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유약사에요. 원장님께서 실수로 위장약을 처방전에 빠트리셨대요."


"어떻게 하나. 위장약이 다 떨어져서 속이 아픈데. 내일도 읍내에 못 나가고. 큰일이네."


"어떻게 자식분들은 근처에 안 계세요?"


"없어. 다 타지 가서 혼자야..."


"그럼 오늘 저녁에 퇴근하면서 제가 댁에 가져다 드릴까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져다 드리겠단 말을 해버렸다.

처음에 약을 빠트렸다고 화를 내시던 어르신께서 작아지고 목소리에 힘이 빠지니 걱정이 앞섰나 보다.


"그래줄 수 있어? 그럼 고맙지..."


"주소 일러주시면 제가 집에 가면서 드리고 들어갈게요."


  나는 어머님께 불러주신 집주소를 받아 적고, 추가된 위장약값이 얼마니 준비해 달라고 말씀 드린 뒤 수화기를 내렸다.

  

  그렇게 퇴근하고 차에 올라타 네비를 찍어보니 34분이 찍혔다. 집방향이랑 달라 집에는 9시가 넘어서 들어갈 것 같았다.


일단 차에 몸을 싣고 알려주신 길로 출발을 했다.


  큰길을 좀 달리다가 가로등도 띄엄띄엄 있는 시골길로 접했다. 옆에는 논밭이 있어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였다. 길이 잘 안 보여 쌍라이트를 켜고 조심조심히 액셀을 밟았다.

 

  어르신댁에 도착해 전화를 드리니 문 앞으로 나오신다고 하셨다. 어르신을 만나 약을 드리고 가려하니 잠깐 목 좀 축이고 가라고 집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엥~아니에요,  어르신.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아니야, 미안해서 그래. 멀리 왔는데 음료수라도 하나 먹고 가."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약국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손님을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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