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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봉황새 Oct 01. 2023

시골 약사의 하루

공적 마스크와 커피

  covid 19. 19년도에 처음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 kf 94 마스크,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 면 마스크까지 앞글자에 무슨 글자가 붙든 간에 마스크란 마스크는 구하기가 어려웠다. 정부에서는 생산과 유통을 직접 관리하였고, 판매창구를 약국으로 통일하면서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갔다.

  국민들은 마스크 한 장이 없으면 어디를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병원에 가면 코로나환자와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 하여 병원, 약국도 출입을 기피하던 때다.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약국 출근은 참으로 힘이 들었다. 감기약을 사가시는 손님이 오시면 무조건 흐르는 물로 한 번씩 손을 닦으면서 일했고 손은 다 터져갔다. 

  사명감을 가지고 코로나의 확산을 막고자 동참했지만 날이 거듭될수록  나 역시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루 십 통의 마스크 문의전화, 단골 환자분들의 사재기 요구, 5부제를 무시하는 손님들, 노약자분들의 호소. 하루하루 책임감을 갖고 문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판매하려고 노력했지만 뒤돌아오는 욕설, 매서운 눈초리, 단골들의 서운한 눈빛 등은 나를 지치게 했다. 어느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너무 무서웠다.  갑자기 감정이 올라왔고 흐느껴 울기시작하자 깜짝 놀란 와이프가 뒤에서 꼭 껴안아 주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던 어느 날, 중년 남성의 손님께서 금색 텀블러 하나를 주셨다.


"약사님. 힘들죠? 덕분에 오늘도 건강히 혈압약 타러 왔어. 내가 직접 내린 커피인데 마시고 힘내요. "


그 순간 눈물이 맺혔다. 신*렬 님. 다시 한번 처방전에 새겨진 손님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원래 마스크도 벗으면 안 되고, 조심스럽지만 커피 잘 마시겠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친 나는 거절할 틈도 없이 조제실 뒤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따랐다. 보상을 받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감사인사를 바로 하고 싶었던 걸까.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투약대로 나간 나는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숨겼다.  


"사장님 너무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근래 지쳐 있었는데 제일 힘이 나는 오후네요. 감사합니다."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요. 고생이 많아."

 그렇게 손님은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다.


  신*렬님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 약국에 약을 타러 오실 때마다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오신다. 물론, 너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몇 차례 사양하기도 했다. 한 번은 감사 표시로 영양제를 드리며


" 앞으로 계속 주시면 저도 계속 뭐 드릴 거예요. 그러니 그만 가져오세요!"


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뚝심의 신*렬님은 매달 한결같이 커피 선물을 해주신다. 요즘은 텀블러 가지러 오기 귀찮으시다며, 병원 다녀오는 동안 따라 놓던지 마시던지 하라 하시고 병원으로 올라가신다. 가끔 원두가 바뀌면 이번에 바뀐 원두 평가를 해보라며 지난번 커피와의 차이를 질문하시기도 한다.


"음~ 이번 원두는 끝에 향이 번지면서 잔향이 되게 좋네요~ 오늘도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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