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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봉황새 Oct 05. 2023

시골 약사의 하루

박*스 한병

하루에 한 번씩 박*스 한 병씩만 사드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여기 박*스 한 병만 줘요. "


"아버님 더운데 시원한 걸로 드릴까요?  600원입니다."


매너가 좋으신 할아버지는 밖에 나가서 드링크 한 병을 드시고 들어오신다.


"약사님. 잔소리라 생각지 마시고 한 마디만 해도 될까요? "


나는 그 짧은 찰나에 무엇을 잘못했을까. 사실 박*스는 한 병에 마진이 몇십 원 밖에 되지 않아

싫은 내색을 비쳤을 수도 있다. 그게 티가 났나...?


"약사님. 박*스 한 병 사러 오는 노인네 상냥하게 반겨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약사 일 하면서 변치 말고 지금처럼만 해줘."


순간 안도의 웃음이 났다.  


"네~ 아버님 걱정 마셔요~"


그렇게 아버님은 웃으면서 문 밖으로 나가셨다.


  사실 박*스는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 중에 하나다. 카드 수수료에, 세금에, 냉장 보관해서 시원하게 드려야 하니 유지비도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박*스 사러 오시는 손님들에겐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심지어 한 짝을 살 테니 싸게 해달라고 하시는 손님들도 많이 계신다. 마음속으로 제발 조금만 사가시길 빌었다.

  하지만 거꾸로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약국에서 정해놓은 값을 지불하며 정당하게 구매하는데 약사들이 싫어하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싶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뒤로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고, 손님들에게도 반갑게 인사가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같은 날은 몇 십원의 이익이 아닌 따듯한 마음을 선물 받은 감사한 하루다. 그 할아버지의 말씀엔 '그간 반갑게 맞아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등등이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감사함의 인사는 나 스스로 다시 한번 따듯한 약사가 되길 다짐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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