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물들
집으로 가는 해가
하늘을 떡볶이 색으로 칠해버렸다
저녁을 준비하는 아궁이에는 불이 사그라들고
가마솥 안에는 여섯 개의 밥과 누룽지가
살얼음처럼 얼리고 전봇대는 까맣게 밤으로 지우고 있다
엄마의 부름은 들리지 않고
소년은 방으로 날아 들어갔다
흑백 14인치 텔레비전 속, 동물의 왕국
김정만 서울 대공원 동물원장의 친근한 설명
처음 본 동물들을 눈으로 만지고 있을 때
30촉 백열등은 델만큼 달아올랐다
코끼리와 사자, 하마가 사는 사바나
먹이사슬법은 철저히 지켜진다
임팔라를 본 치타는 필살기 기술 단거리가 가동된다
임팔라는 치타의 가속력을 잡아채 비틀어 뿌리치고
곧바로 내빼기 콤보 스킬을 작동한다
연속점프, 멀리뛰기, 중거리 스킬을 완벽하게 펼친다
소년의 눈엔 한대의 텔레비전이 더 켜져 있다
지구는 태양을 수없이 돌며 기도했다
임팔라를 사랑한다고 치타를 사랑한다고
가쁜 숨을 쉬는 사바나
2023년 도읍지 준주거지역 그어진 선 속에서
억지로 만들어진 불가사리 모양 엘이디 등은
나를 차갑게 내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