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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숲 Oct 25. 2024

4 주 밖에 안 남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민자의 미국 대선일지 

나는 집 근처에 아름다운 호수를 있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에 산다. 주말 아침마다 우리 집 호숫가 일차선 아스팔트길을 조깅한다.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길 양쪽에 자리한 크고 작은 주택들 정원, 창문, 베란다에 대선 선거 후보를 지지하는 울긋불긋한 팻말, 피켓, 현수막, 배너들이 등장한다. ‘트럼프’ ‘트럼프, 밴스, 렛츠 고우 (Let’s Go)’ 혹은 ‘해리스’ ‘해리스, 왈츠와 함께’…


                                주말마다 조깅하는 호숫가 평화로운 주택 앞마당 연못 풍경


“선거가 4 주 밖에 안 남았네” 아내와 함께 조깅하는데, 후보 지지 광고들을 보며 푸념 섞인 아내의 말. “다시 트럼프 악몽?” 그리고, 긴 한숨… 우리 부부는 언제나 민주당 쪽으로 지지했다. 애틀랜타 교외 풍족한 중상류층 백인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웃사촌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미국에선 이웃끼리도 정치적 대화에 하는 건 금물. 정치적 대화는 종종 폭력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대형 총격사건을 낳는다. 이 조용한 호숫가 동네에선 선거 때가 다가오면 무언의 선거운동이 벌어진다. 대충 광고물 80% 정도는 트럼프, 20% 정도는 해리스 지지한다. 대체로 큰 저택에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나라를 구하라(Save the Country’- the US honorable Vietnam Veteran,), 트럼프 화이터 (Trump Fighter)’, 등등… 과격한 구호가 적힌 배너나 커다란 팻말들이 성조기와 함께 내걸린다. 

삼층 대저택에 트럼프 플래카드와 성조기가 걸려있다

 한편, 주로 크지 않은 주택가 뜰에 작은 해리스 팻말들이 꽂혀 있다. ‘해리스 대통령’ ‘대통령 해리스, 왈츠 부통령’  구호도 간단하고, 조용하다. 

아담한 해리스 지지 팻말


이 광고물들은 정당으로 통해 구입하는데, 배너나 플래카드는 꽤 비싸다. 평화로운 호숫가 동네도 대선날짜가 가까울수록 무언의 선거운동은 격렬해진다.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두 달 전,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좀 과장하자면 트럼프는 마치 육식동물, 바이든은 초식동물 같았다. 바이든은 경직돼 있었고, 말 더듬거렸고, 기억은 헷갈렸다. 충격이었다. 바이든 지지율이 급전직하. 트럼프 재선은 떼놓은 당상.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전당대회는 몇 주 밖에 남지 않았다. 며칠 뒤 바이든은 떠밀리다시피 대선 후보를 사임했다. 주마다 대선 예비 경선을 치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극적으로 해리스가 대선후보 추대되어, 무사히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지명받았다. 해리스 지지율이 트럼프를 넉넉하게 넘어섰다. 선거자금 기부가 쏟아졌다. 선거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 이민 온 지 수십 년 지났다. 나는 중도층이지만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공화당은 백인 중심이며 보수적인 반면, 민주당도 백인 중심이지만 다민족들이 참여하는, 진보적인 정당이다. 공화당은 이민을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열린 이민정책을 지지한다. 미국에는 지금도 인종차별이 살아 있고, 백인보다 나중에 이 땅에 온 아시아인들은 조금만 생각하면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지고 된다. 하지만 많은 교민들은 공화당을 지지한다.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공화당이 다민족이 섞여 있는 진보적인 민주당보다 더 쿨하게 보이기 때문이리라. 한국에선 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고등교육받고, 경제사회적으로 금수저 상류층이라는 인상이 있어서 그런지 미국에서도 공화당을 지지하면 백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빠진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백인들 눈에는 한국 교민은 뒤늦게 미국에 온, 미국사회 변방에서 사는 영어가 서툰 소수 민족 일 뿐이다. 자기들은 이미 이민을 땄으니,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식으로 뒤따라 이민정책을 지지하는 않은 교민들도 꽤 있다. 이런 교민들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다. 그렇지만 트럼프 집권 때 한인타운에 불법체류자 체포소동이 여러 번 일어났다. 그때마다 한인사회는 시쳇말로 히야시 됐다. 사실, 더 많은 교민들은 미국정치가 낯설고, 관심도 별로 없다. 다수의 교민들은 기본 미국사회와 디커플링(de-coupling), 한인 생활권 버블 안에서 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어찌 될까? 선거 때마다 초박빙이고, 이번 선거도 초박빙 (razor thin race)이다. 언제부턴가 미국사회는 크게 둘로 분열됐다. 누구도 이번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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