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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 할아버지 Jul 24. 2024

 [스토리’n 클래식] 1 - 신데렐라

1-2.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 스토리

로아가 커가면서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공지능 문명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당당한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로아는 어떻게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갈 수 있을까? 로아가 공감 능력을 기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오페라와 같은 음악은 도움이 될까?


이들 질문이 이탈리아의 작곡가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를 소개하는 이유란다. 더불어, 로아가 이 오페라와 친해지기를 통해 감성을 기를 수 있기도 기대한단다. 특히, 이 오페라는 이탈리어를 몰라도 출연자들의 표정과 몸짓으로도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고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희극적 요소가 가득해서 할아버지가 로아와 함께 관람할 오페라 중 우선순위에 들지. 공연장 무대에 잘 오르지 않는 오페라지만, 유튜브를 통해서도 전체를 감상할 수 있으니 다행이고.


먼저, 로시니식 신데렐라 <라 체네렌톨라>의 스토리부터 살펴보자꾸나. 오페라 제목인 <체네렌톨라>는 샤를 페로의 <샹드리옹>의 이탈리어 표기로 신데렐라는 프랑스어로 ‘재를 뒤집어쓴 아가씨’를 의미하는 샹드리옹의 영어식 표현이야. 로시니는 페로의 동화를 바탕으로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를 만들어서 기본 이야기 줄거리도 대체로 페로의 동화와 유사해. 하지만, 신데렐라 신드롬 관점에서 차이가 있단다. 무엇보다도, 신데렐라의 성품과 성격은 기존 신데렐라와는 많이 다르지. 더불어, 오페라에서는 동화에 나오는 새엄마가 새아버지로 바뀌고 마술을 부리는 요정은 나오지 않는데, 이러한 변화 역시 새로운 신데렐라의 모습을 더욱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어.


로시니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체네렌톨라인 안젤리나는 그림형제 이야기에 반영된 민담이나 페로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 속 주인공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야. 무엇보다도, 안젤리나는 착하고 순수하고 현명하면서도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자신의 의지를 고집스럽게 관철하는 아가씨란다. 예를 들어, 자신의 끈질긴 요청에도 새아버지와 새언니들이 온갖 핑계를 대고 위협까지 하면서 왕궁 무도회에 데려갈 뜻이 없는 것을 확인한 안젤리나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각각 거지와 왕국 신하로 변장한 남자들에게 새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다음과 같이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며 자신을 대신해 행동에 나서줄 것을 부탁한다.


“신사분들이시여, 제발 제 새아버지를 설득해 주세요.

저를 무도회에 데려가도록요.

아, 잿더미 속에

한시도 벗어나지 못한 채 묻혀있어야만 하다니요.”


안젤리나의 확고한 주체성은 결혼에 대한 태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왕궁 무도회장에서 왕자 복장을 한 사람이 안젤리나에게 다가와 모든 여성들이 자신만을 쳐다본다며 거만을 떨며 관심을 드러내지. 이에 안젤리나는 아무리 왕자라 해도 “바람둥이처럼 여자들에게 행운을 제멋대로 뿌려대는 사람을 저는 경멸합니다”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면서 자신은 왕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 있다고 말하고는, 왕자라도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선함을 갖추어야 하고 “존경과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곁에서 신하로 변장하고 지켜보던 진짜 왕자는 이 낯선 아가씨의 선하고 순수한 성품과 당당한 태도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게 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진짜 왕자임을 밝히고 사랑을 고백한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안젤리나는 왕자의 사랑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아. 대신, 팔찌를 징표를 주고 자신을 향한 왕자의 마음이 일시적이지 않다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뜬다.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은 이 세상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해 온 왕자는 이 낯선 아가씨의 당당하고 당돌한 태도에 일순간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왕자는 왕국 곳곳을 찾아다니다 안젤리나의 집에까지 오게 되지. 왕자는 하녀 옷을 입고 부엌에서 일하고 있던 안젤리나가 바로 무도회장의 아가씨임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결혼하는 것으로 오페라는 막을 내리게 된다.



당당한 안젤리나, 멋지지?      


이 오페라 이야기에서 안젤리나가 처한 당대의 상황은 그림형제나 페로의 동화 속 상황과 다를까? 사회적 상황이 여성에게 덜 억압적이고 우호적이어서 안젤리나가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자신의 의지로 꿈을 이루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 가부장적이고 신분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 오페라에서 더 강조되고 있어. 이 오페라에서 동화와는 달리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사람이 새엄마가 아니라 새아버지로 바뀐 것도 신데렐라가 상대해야 할 사회적 환경이 더욱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어.


민담에 나오는 신데렐라 아버지는 신사계급이면서 새엄마에게 꼼짝 못 하는 사람으로, 페로의 동화에 나오는 아버지는 부유하고 엄마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고 나오지만, 둘 다 새엄마와 의붓언니들의 학대로부터 신데렐라를 보호해주지 못한단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새아버지는 신데렐라를 하녀처럼 취급하는 몰락한 귀족이야. 귀족가문으로서의 신분을 내세우는 새아버지는 허위의식이 아주 강한 사람으로 여성을 깔보고 안젤리나를 집안의 하녀 신분으로 천대한단다. 새아버지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안젤리나의 진실함과 순수함, 자기주장을 더욱 드러나게 해 준단다. 안젤리나는 자기를 학대하는 한 사람을 상대로 자기 생각과 신념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새아버지로 대표되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하는 당시의 사회를 상대로 싸우고 있기 때문이지.


신데렐라 이야기의 요술적 내용 배제 역시 신데렐라의 성격과 성품을 드러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 민담에서는 죽은 엄마의 무덤에 자란 나무에 소원을 빌어서, 페로의 동화에서는 요정할머니의 요술의 힘으로 멋진 옷과 마차가 마술처럼 생기지. 그런데 이 오페라에서는 안젤리나의 순수함과 착한 성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멋진 옷과 마차를 얻게 된단다. 안젤리나로부터 따뜻한 음식을 대접받은 거지가 바로 그 사람이야. 그 거지는 사실은 왕자의 스승으로 왕자와 어울리는 심성을 가진 아가씨를 찾기 위해 거지로 변장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다 안젤리나의 집에 들어왔던 거였어. 새아버지와 의붓언니들은 거지행색의 그를 문전박대하지만, 안젤리나는 측은한 마음에 따뜻한 음식으로 대접해 주었어. 거지 행색을 했음에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었던 안젤리나의 마음씨와 성품에 감동하게 된 왕자의 스승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안젤리나가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마련해 준단다.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 이야기는 아무리 사회적 환경이 개인에게 불리하고 억압적이더라도 선한 마음과 진실한 태도, 강한 자아의지를 갖고 있다면, 주변 사람을 감동시키고 움직여 결국 자신의 꿈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단다.


다음 이야기는 로시니의 오페라에서 이런 당당하고 진심 어린 신데렐라-체네렌톨라와 억압적이고 위선적인 귀족인 새아버지의 모습과 성품, 행동이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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