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스타일 글램핑 'GET AWAY'다녀오다
불현듯 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가 올라왔다. 4인 가족이 어느 오두막 처럼 보이는 곳에서 찍은 사진과 'Get away'라는 브랜드명.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거의 호텔 수준의 침구와 어메너티, 캠핑을 위한 모든 것들이 갖춰진 이른바 글램핑 사이트의 광고였다. 게다가 그냥 텐트가 아니라 상당히 큰 규모의 캠핑카에서 숙박하고, 미국스럽게 숙소와 숙소 사이가 상당히 떨어져서 남에게 구애받지 않고 진짜 조용히 자연 속에서 쉬다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 캠핑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제대로된 장비를 구비하지 못했던 지라 간단히 몸만 갈 수 있는 조건이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검색해보니 다행히 시카고 인근에도 차로 약 2시간 안걸리는 Starved Rock 주립공원 근처에 숙소가 새로 오픈되었다고 하니 구미가 당겼다. 와이프와 간단히 비용 검색,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간단한 리뷰(역시 한국인들은 대단하다! 제대로된 리뷰를 이미 여러 건 확인할 수 있었다)를 확인하고, 바로 예약을 하고 말았다.
[광고에서 본 이미지. 어찌 아니갈 수 있겠는가!]
우리가 예약한 Get away 사이트는 일리노이에 있는 Ottawa(캐나다 수도와 이름이 같다) 란 도시 근처에 위치해있다. 가을 끝자락이어서 가는길에 큰 호수에 들러서 시즌 마지막(?) 배스 낚시도 도전해 보았는데, 한마리도 낚지 못하고 말았다. 겨울이 다가와서 다들 이미 어디론가 가버렸나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그 유명하다는 Starved Rock 주립공원 들렀다. 이미 단풍 절정기를 지난 터라 다소 아쉬운 풍경이었으나, 인위적으로 조각한 듯한 폭포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마치 한국의 곤지암 화담숲처럼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이었다. 참고로 Starved Rock은 말그대로 굶어죽은 바위란 뜻인데, 영국 이민자들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다 산위로 올라가서 숨은 인디언(Native American)들이 결국 굶어죽거나 뛰어내려 죽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무언가 다소 슬픈 내막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수세에 몰린 인디언들이 굶어죽었다는 슬픈 전설]
해질녘이 다 되어 도착한 캠핑사이트. 철저한 Un-contact 시스템이어서 체크인을 위한 별도의 과정이 필요없고, 모든 것은 이미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았다. 항상 옆 사이트와 다닥다닥 붙어서 여기가 고기집인지, 캠핑장인지 구분이 안갔던 한국 캠핑장에 비해, 광고에서 강조한 대로 진짜 옆집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오히려 너무 한적해서 살짝 밤에 무섭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정도로 한적하게 하루를 자연과 보내고 싶고, 너무 고생스럽지 않게 호텔 수준의 잠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인 그런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말이지 작은 공간에 이런거 까지 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구비되어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은 물론이고, 개별 샤워실까지 달려있어서 하루는 물론이고 며칠이고 머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방문객을 위한 환영의 손편지(진짜 손으로 썼다)와 캠프파이어와 바베큐를 위한 모든 부자재들, 스모어 키트까지 있어서 우리는 고기와 술, 아침먹을 거리만 딱 준비해서 갔다.
[각 숙소마다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우리집 이름은 이스마엘?]
캠프파이어에 능숙하지 않은 나였지만, 구비된 키트와 장작들로 쉽게 불을 붙이는데 성공하였다. 장작을 이렇게나 많이 주나 싶었는데, 한 패키지를 사용할 때마다 비용이 후 청구된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약 3달러 정도) 다행히 한 패키지만 사용하고 우리의 바베큐와 불멍은 종료되었다. 작은공간에 이층침대와 많은 것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이도 신나했고, 큰 힘 들이지 않고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어서 가족 모두가 편리했다. 한국에서 캠핑하면 가려면 준비부터 현지에서 텐트치고, 마지막 수거 및 뒷정리 까지 아빠들은 엄청난 노동을 각오해야하는 게 현실이다. 그 넓은 사이트에 우리만 있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좀 으스스 할 수도 있겠지만, 약 30여 가구가 같이 있다고 하니 안전함을 느끼게 되어 오히려 좋았다.(미국에서는 안전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미 멕시코와 필리핀에서 단련된 나였다.)
밤에 일찍 잠들고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다. 캠핑카 창가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다워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주변 산책도 잠깐나갔다. 1박에 이런저런 프로모션하고,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일정이라 170불 정도 냈으니 퀄리티 대비 가격도 꽤나 합리적이었다.(요즘 미국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검색해보니 오타와 다운타운에 동네에서 유명한 베이커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동네의 소박한 카페나 식당을 찾는 것을 즐기는데, 이 곳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날 만큼 유명한 집이었다. 핫 초콜릿과 스콘, 그리고 꼭 먹어봐야 한다는 시나몬 롤등으로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향했다. 미국에 와서 이런 일리노이나 위스콘신 주변의 소소한 동네를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에 눈이 올때 한번, 따뜻한 봄이나 여름날에 한번 더 Get away에 와보자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캠핑카를 사거나 글램핑 갈 돈이면 차라리 호캉스를 하는 게 낫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와이프도 만족할만한 곳이었다.
[이 빵집에서 젤 유명하다는 시나몬 롤]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오타와 시내]
*당연히 나한테 협찬 들어올 일 없고^^; 내돈주고 다녀온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