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보라색 히비스커스/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민음사>
얼마 전에 읽었던 <보라색 히비스커스>에 나오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가족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인공 캄빌리와 자자는 우연히 이페오마 고모 집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고모, 사촌들 그리고 아마디 신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빨간색 히비스커스만 있는 줄 알았던 그들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자자와 캄빌리는 아버지의 세상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반항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 흐르는 엄청난 긴장감은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끔찍하고 괴팍했다.
아버지의 통제가 극단으로 치닫을수록 캄빌리와 자자의 자기 감각을 되찾기 위한 용기도 확고해진다. 그리고 자유와 슬픔, 분노, 동정과 연민, 그리고 희망이 뒤섞인 채로 책이 끝났다. 소설이 남긴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긴 오후를 보내고 저녁 식사 중에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놀라지 않도록 아슬아슬하게 그 경계를 줄타기하며 캄빌리와 자자가 성장하고 변화해 가던 과정을 풀어놓았다. 아직 어린 율이는 단어들이 묘사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자주 입을 틀어막았고, 솔이는 듣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고민하느라 가끔씩 표정이 경직되거나 눈동자가 어느 한쪽에 오래 머물거나 했다.
이야기의 수위에 대한 고민 외에도 한 가지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캄빌리와 자자의 아버지, 유진과 겹쳐질지 모르는 내모습. 유진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그 본질을 두고 보자면 글쎄... 때때로 삶에 정답이 있는 듯 양육자의 욕심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는 것들... 거절과 수용이 있다곤 해도, '너희를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 앞에 내밀곤 했던 것들이 떠오르며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여러 등장 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들여다보며 그것에 대한 자기 관점을 찾기를 바랐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앞에 어떤 것을 내어 놓을 때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바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괴로워지기 전에 '엄마, 이건 날 위한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부디 보라색 히비스커스의 존재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용기를 내어 주기를, 빨간색 히비스커스만을 쫓는 삶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동안 아이들의 삶은 더 아름다워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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