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자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엄마는 세상의 숨 쉬고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을 보고 만지고 느끼기를 원하셨다. 그 조각들로 나만의 인생을 만들라고 하셨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엄마는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에 숨은 오솔길, 덤불숲을 기어 지나가면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인 엄마의 아지트, 반짝이는 조약돌을 건지려다 냇물에 빠져든 일, 친구들과 함께 보물을 숨겨두고 만든 마을의 보물지도… 지금은 다시 들을 수 없는 엄마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기억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엄마의 향기를 더 느끼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