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지식쌓기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IPCC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따르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을 위한 2006 IPCC 가이드라인(이하 ‘IPCC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IPCC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는 매년 공개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1,400만 톤CO2eq 정도이며, 이 중에서 에너지 분야의 배출량이 611만 톤CO2eq으로 총배출량의 87.2%나 차지합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현황이 궁금하다면?
국가 온실가스 통계 원천 데이터가 궁금하다면?
마찬가지로 IPCC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광역지자체 또는 기초지자체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가 단위의 배출량과 광역지자체 또는 기초지자체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표현할 때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지자체별 온실가스 통계 원천 데이터가 궁금하다면?
전국에 걸쳐 있는 산업 시설뿐 아니라, 가정, 상업, 공공 등에서 전기를 사용합니다. 전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나 온실가스가 적게 배출되는 원자력 발전으로만 생산되는 게 아닙니다. 바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석탄, 석유, 가스 발전소도 존재합니다.
아래 그림은 한국전력공사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전력 수요 공급 현황을 지도로 제가 정리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서 파란색은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 발전량이며, 주황색은 해당 지역에 판매한 전력 판매량을 의미합니다. 주황색보다 파란색이 크다면 (주황색>파란색) 해당 지역은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며, 주황색보다 파란색이 적다면 (주황색<파란색) 해당 지역은 남는 전력을 다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수도권은 중부, 호남, 영남, 영동에서 생산된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제주 지역도 호남지역의 전력을 일부 공급받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는데 발생하는 전력 손실은 이번에 다룰 주제는 아니지만 호남지역에서 생산한 전기가 송전선을 타고 수도권까지 가는 동안 송전선의 저항에 의해 많은 전력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석탄, 석유, 가스 발전소를 돌릴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데, 이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해당 지자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다”라고 할 경우 지방은 억울할 것입니다. 왜냐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배출한 온실가스인데, 왜 우리의 배출량으로 잡느냐?”라고 말입니다.
발전 시설뿐만이 아닙니다. 폐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에 인천광역시의 쓰레기뿐 아니라, 서울시 및 경기도의 쓰레기도 모입니다. 그렇기에 수도권 매립지에서 쓰레기가 썩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인천광역시만의 배출량으로 잡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면에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관점에서는 수도권지역에서 화석연료 발전소가 가동되던, 중부지역에서 화석연료 발전소가 가동되던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되는 것이기에 지자체의 관점과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광역지자체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실제배출량’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공개한 2016~2020년 기간에 대해 전국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Scope 1, Scope 2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고 오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Scope 1 및 Scope 2에 대한 개념이 궁금하다면?
지자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직접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배출하거나, 지자체에 위치한 공장의 공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포함합니다. 이러한 배출량을 직접배출량(Scope 1)으로 표현합니다. IPCC 가이드라인에서는 온실가스가 어디서 배출하는지에 따라 세부 배출원을 나눕니다. 바로 에너지, 산업공정 및 제품생산, 농업, 폐기물 및 LULUCF입니다. 에너지의 화석연료의 사용 과정, 산업공정 및 제품생산은 공장의 공정, 농업은 벼 재배, 비료사용 및 가축 사육, 폐기물은 폐기물의 소각, 매립, 생물학적 처리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LULUCF(Land Use, Land-Use-Change, Forestry)는 산림, 초지, 습지 등 자연생태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흡수하는 양을 의미합니다.
즉, Scope 1 직접배출량의 합은 아래와 같습니다.
Scope 1 배출량 = 에너지 + 산업공정 및 제품생산 + 농업 + 폐기물
그런데 Scope 1 배출량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체 Scope 1 배출량과 LULUCF의 배출량을 고려한 배출량을 구분합니다. 전자는 우리는 Scope 1 총배출량이라고 하고, LULUCF를 고려한 배출량을 우리는 Scope 1 순배출량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Scope 1 총배출량입니다.
Scope 1 순배출량 = Scope 1 총배출량 – LULUCF
다음으로 간접배출량(Scope 2)입니다. 간접배출량의 경우 직접 연료를 연소하지 않지만, 전기와 같은 에너지를 누군가가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되기에 간접배출량 Scope 2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내가 사용하는 전력을 만들기 위해 간접적으로나마 누군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간접배출량에도 하위항목이 존재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도 사용하지만, 외부에서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기에 다른 지자체에서 우리 지자체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열(스팀)도 다른 지자체에서 생산된 것을 우리 지자체에서 사용할 경우 열(스팀) 생산에 따른 간접배출량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폐기물의 경우도 우리 지자체의 폐기물이 다른 지자체에 가서 매립되거나 소각될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겠지만 실제로는 우리 지자체에서 배출한 쓰레기로 발생한 온실가스이기에 우리 지자체의 온실가스로 고려해야 합니다.
Scope 2 배출량 = 전력 + 열 + 폐기물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전기 중 다른 지자체에서 생산된 전기의 경우 Scope 2 전력 부분의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산한 전기 중 다른 지자체로 판매한 넘어간 전기에 대해서는 우리의 배출량에서 빼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산한 전기가 어떤 지자체로 넘어가는지를 지자체마다 파악해서 일일이 빼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려한 방법이 우리 지자체와 다른 지자체와 연결되는 부분을 원천적으로 제외한 후 간접배출량을 고려하는 방법입니다. 즉 발전소의 직접배출량과 관계된 분류인 Scope 1 <Ⅰ-A-1 에너지산업>의 배출량을 Scope 1 총배출량에서 뺀 후, Scope 2(간접배출량)의 열(스팀)과 전력을 더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폐기물의 경우도 폐기물의 직접배출량과 관계된 분류인 Scope 1 <Ⅴ. 폐기물>의 배출량을 Scope 1 총배출량에서 뺀 후, Scope 2(간접배출량)의 폐기물 배출량을 더하는 것입니다.
이를 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자체의 실제배출량 = Scope 1 총배출량 - Scope 1 <Ⅰ-A-1 에너지산업> - Scope 1 <Ⅴ. 폐기물> + Scope 2 배출량(전력+열+폐기물)
종합하자면 통계에 따른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우리 지자체 운영/관리에 있어서 실제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지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배출량과 다른 지자체에 전력과 열(스팀)을 팔거나, 반대로 다른 지자체로부터 사 오는 것을 Scope 1 에너지과 Scope 2 전력 및 Scope 2 열 부분에서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지자체에 우리 지자체의 폐기물을 버리거나, 반대로 다른 지자체의 폐기물을 우리 지자체에 버리는 것을 Scope 1 폐기물과 Scope 2 폐기물에서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총배출량(파란색 선)의 경우 충청남도 1억 5천만 톤 정도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8천만 톤으로 그다음입니다. 그런데 실제배출량을 고려하면 그 순서가 바뀝니다. 실제배출량은 경기도가 1억 2천만 톤 정도로 가장 많아지고, 충청남도는 7.5천만 톤 정도로 급격히 낮아집니다.
그리고 앞서 지역별 전력 수급 현황 그래프에서 본 바와 같이 지방의 전력을 끌어와 쓰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의 실제배출량은 총배출량 보다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인천광역시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전력도 보내줌과 동시에 이들의 폐기물도 수도권매립지에 받아 매립하여 결론적으로 인천광역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짧게 쓰려다가 자료들을 추가하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