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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기반 배출량과 시장기반 배출량

기후지식쌓기

by 이재형

이번에는 기업이나 조직이 Scope 2 배출량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Scope 2 배출량을 보고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복잡한 개념이 포함됩니다. 바로 지역기반(Location-based) 배출량과 시장기반(Market-based) 배출량입니다.


GHG Protocol Scope 2 Guidance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가 또는 기업별로 동일한 방식으로 산정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세계자원연구소(WRI, World Resources Institute)는 온실가스 프로토콜(The Greenhouse Gas Protocol, 이하 ‘GHG 프로토콜’)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중 Scope 2와 관련된 세부 지침은 《GHG Protocol Scope 2 Guidance》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GHG Protocol Scope 2 Guidance에서 정의한 시장기반 배출량과 지역기반 배출량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In short, the market-based method reflects emissions from electricity that companies have purposefully chosen (or their lack of choice), while the location-based method reflects the average emissions intensity of grids on which energy consumption occurs.
요컨대, 시장기반 방법은 기업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전력(또는 선택하지 않은 경우)의 배출량을 반영하는 반면, 지역기반 방법은 에너지 소비가 발생하는 계통(grid)의 평균 배출량 원단위를 반영합니다.

출처: WRI, GHG Protocol Scope 2 Gui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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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춰 지역기반 배출량과 시장기반 배출량을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역기반(Location-Based) 배출량

지역기반 배출량은 전력 소비량에 평균적인 전력 배출계수를 적용하여 산정한 배출량입니다. 예를 들어, 앞서 설명한 Scope 2 배출량 산정 방법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력 사용량에 전력 배출계수를 곱하여 배출량을 계산합니다.

전력산정식.jfif 출처 :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


지역기반 배출량은 우리나라처럼 전력 공급자가 한국전력공사 한 곳뿐인 국가에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은 원자력, 화석연료(LNG, 석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지만, 생산된 전력은 단일한 전력망(계통, grid)에 통합되어 공급됩니다. 따라서 개별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전력이 원자력에서 온 것인지, 화석연료에서 온 것인지, 재생에너지에서 온 것인지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전력배출계수는 특정 기간(예: 1년) 동안 국내 모든 발전소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을 총 전력 생산량으로 나누어 산출됩니다.


따라서 지역기반 배출량에서 사용하는 전력배출계수는 ‘평균값’이며, 해당 지역의 평균적인 전력 공급 믹스(grid mix)를 반영합니다. 즉, 화석연료로 전력을 많이 생산할수록 전력배출계수 값은 높아지고,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클수록 전력배출계수는 낮아지는 원리입니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지역기반 배출량 방식을 반영하여 할당 대상 업체의 배출량을 산정합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서 적용되는 전력배출계수는 0.4594016톤CO₂eq/MWh입니다. 전력배출계수의 산정 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력배출계수.PNG


시장기반(Market-Based) 배출량

시장기반 배출량은 기업이 구매한 특정 전력의 배출계수를 개별적으로 반영하여 산정한 배출량입니다. 앞서 설명한 지역기반 배출량이 기업이 구매한 모든 전력 사용량에 평균 전력배출계수를 곱하는 방식이라면, 시장기반 배출량은 기업이 구매한 개별 전력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전력을 조달합니다. ①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전력을 구매하거나 ② 사업장(On-site)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지역기반 배출량을 산정할 때는 기업이 한국전력공사에서 구매한 전력량에 전력배출계수를 곱하고,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력량에는 재생에너지 전력배출계수(0)을 곱합니다. (의미는 없지만 같은 방식으로 계산)


여기서 재생에너지 전력배출계수에 0을 곱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업이 사용한 총 전력 사용량은 ①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구매한 전력량과 ②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력량의 합으로 계산됩니다.


우리나라는 전력 공급자가 한국전력공사 한 곳뿐입니다. 그렇기에 지역기반 전력배출계수도 하나만 존재합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주마다 전력 공급자가 다르기에 전력 공급자별 전력배출계수도 다르고, 이들의 평균값을 통해 미국의 지역기반 전력배출계수가 산출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기업이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기업의 지역기반 배출량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사업장의 전력 구매량 합계에 미국의 평균 전력배출계수를 곱해 산정하면 됩니다. 반면, 시장기반 배출량은 기업이 사업장에서 구매한 전력 시장의 배출계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즉, 캘리포니아 사업장은 캘리포니아의 전력배출계수를 적용하고, 뉴욕 사업장은 뉴욕의 전력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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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시장(Energy Velocity 2015).jpg 미국 전력시장(출처 : Energy Velocity 2015)


또한, 기업은 사업장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운영을 위해 전력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사업장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를 고려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PPA(전력구매계약, Power Purchase Agreement), RECs(재생에너지 인증서, 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녹색프리미엄(Green Pricing)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며, 제도에 대한 소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장기반 배출량은 지역기반 배출량에서 ③ PPA, ④ RECs, ⑤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도입한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차감하여 산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감해야 할까요?


PPA, RECs,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확보한 전력은 재생에너지에서 기인한 전력이므로, 전력배출계수가 0입니다. 따라서 해당 전력량에 전력배출계수를 곱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0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단순히 0을 곱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기반 배출량을 산정할 때 적용한 평균 전력배출계수를 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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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업은 지역기반 배출량과 시장기반 배출량을 각각 산정하며, 그 결과를 홈페이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합니다. 지역기반 배출량만을 기준으로 하면, 기업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기반 배출량을 공개하면, 기업이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지역기반 배출량과 시장기반 배출량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 확대로 인해 두 기업의 지역기반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기업은 동시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반영한 것이 시장기반 배출량입니다.


시장기반 배출량을 보면, 지역기반 배출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지역기반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기반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 확대로 인해 두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시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는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더딘 문제로 해외와 한국의 전력 시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봤을 때 시장의 차이도 있지만, 기업의 철학과 의지의 차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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