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수제 인절미

나를 보살피는 음식

by 수진

온천에 갔다가 지역에서 출시되는 특산품 코너에서 콩가루를 발견했다. 순간 머릿속으로 인절미가 스쳐갔다. 특별히 좋아하는 떡도 아니었으면서 어느새 콩가루를 사고 있었다. 두 주먹만큼의 양에 160엔(약 1,600원)으로 가격도 착했다.

내가 있는 일본 규슈(九州) 지역에도 인절미 비스무레 한 게 있다. '츠쿠시모찌(筑紫もち)'라 불리는 떡으로 인절미랑 비슷하지만, 떡이 투명하고 식감도 조금 다르다. '츠쿠시 모찌'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리얼 인절미가 먹고 싶었다.

KakaoTalk_Photo_2023-07-05-11-10-36.jpeg '츠쿠시모찌(筑紫もち)'. 포장이 정성스럽고 예쁘다.

사온 콩가루를 냉동실에 넣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살짝 꿀꿀한 일이 생기고 비도 내리는 오늘 갑자기 기억에서 소환되었다. 맥락 없이 나는 인절미를 만들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방법은 꽤 간단했다. 찹쌀가루에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하고 끓는 물로 반죽해(학창 시절 가정시간에 '익반죽'이라 배웠다.) 전자레인지에 3분가량 돌렸다. 익은 반죽을 숟가락으로 대충 한입크기로 떼어 설탕을 섞은 콩가루에 굴리면 완성. 10분가량을 투자해 만든 떡의 모양은 영락없는 인절미였다. 스스로의 실력에 뿌듯해하며 기대감에 맛을 보고 놀랐다. 맛이... 없었다. 반죽을 손에 묻히기 싫어 숟가락으로 대충 만든 것이 원인이었을까. 정확한 개량 없이 가루에 물을 섞어 숟가락으로 쓱쓱 반죽해, 전자레인지로 익혔더니 한쪽은 뭉쳐있고 딱딱하고... 위로는커녕 꿀꿀함을 가중시키는 맛이었다.

KakaoTalk_Photo_2023-07-05-13-35-16.jpeg 비주얼은 좋다

가족 채팅방에 작품을 공유하자 언니가 꿀팁을 준다. 부침개처럼 찹쌀 반죽을 만들어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 구우라는 꿀팁에 바로 심폐소생에 들어갔다. 실패의 가능성에 대비해 이번에는 한입 크기만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

KakaoTalk_Photo_2023-07-05-10-56-30.jpeg 성공한 수제 인절미

기름+설탕+탄수화물의 옳은 조합에 다시 한번 동의하며 튀기다시피 구운 따뜻한 떡을 달콤하고 고소한 콩가루에 찍어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수제 인절미는 나를 도와 꿀꿀한 기운을 나에게서 차곡차곡 내 몰아주었다.

인간미를 추구하지만 살이 찌는 것을 경계하는 나는 이런 쪽으로는 인간미 없게 딱 알맞은 만큼의 당과 기름의 조합의 힘을 빌려 꿀꿀함을 제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인절미로 잊힐 만큼의 무게를 지닌 꿀꿀함이었기에 다행이다.


"다시 말하지만 육체를 보살펴야 한다. 네 육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것을 입히고 좋은 말을 들려주고(책으로 라면 더 좋지) 좋은 향기를 맡게 해 주어라. 해도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 나를 사랑하는 것은 바로 내 몸에서부터 시작해야 해. 정신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신과 육체가 둘이 아니고, 그리고 정신보다 육체를 위하는 게 효과가 빠르고 좋으니까."-공지영, 딸에게 주는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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