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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n 10. 2024

아름다웠던 기타큐슈(北九州)의 '모지코우(門司港)'

가까운 곳에 담겨있던 아름다움

 오래전 (혼자) 일본 곳곳을 여행하리라 생각했던 시간이 있었다. 이도시 저도시를 다니며 다양한 일본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계획에 없이 일본에 와서 살게 되었으나, 막상 이곳에 온 후에는 그 생각을 잊고 지냈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일본의 생활이 일상이 되며 눈이 '일본스러움'에 익숙해져 일본 어느 지역에 가도 익숙해진 일본의 정취를 알아차리며 획기적인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또, 긴 여유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는 한국행을 택하다 보니 일본 생활 간에는 집 주변의 생활권과 아지트, 자주 방문하는 곳들만 오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집에서 멀지 않은 '모지코우(門司港)'라 불리는 아름다운 항구에 뜻밖에 가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남편은 대체로 집에 있는 것을 사랑하지만, 가끔씩 어디론가 바람을 쐬러 가는 것을 선호하는 덕분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지코우(門司港)'라는 항구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덕분에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이국적인 정취가 흘러 넘쳤던 '모지코우(門司港)'

 '모지코우(門司港)'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일본 곳곳의 분위기를 이미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모지코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예측했던 일본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항구 도시에서 기인했을 이국적 정취와 그날의 날씨(해 질 녘+비)가 어우러져 낯선 곳으로 여행을 온 기분이었고, 그 풍경 속을 거니는 시간마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에게 이제 발견되었을 뿐, 이미 잘 알려진 그곳에는 관광객도 많았지만 다행히 관광지 특유의 (상업적) 느낌보다는 도시가 지닌 아름다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모지코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인 '야끼카레(焼き カレー)'를 먹고 해변가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온천에 들렸다. 

모지코의 명물 야끼카레(焼きカレー),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

 초여름이었지만 비가 흩날리는 해 질 녘의 바닷바람은 온천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조합이었고, 평화로웠다. 그 평화로움은 평화롭다는 생각보다 앞서 몸이 이미 감각하는 그런 평화로움이었다. 

 겪어보지 않고 지레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 예상이 옳을 때도 있지만, 어떤 것은 겪어보기 전에는 결코 모를 수 있다. 후쿠오카의 삶은 후자였다. 겪기 전에는 몰랐다. 조용하고 잔잔한 이곳의 삶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되는 그 일상이 생각보다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이 시간이 별로 답답하지 않다는 것을. 사실 나는 이 삶을 꽤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이 일상에서 나를 지탱하는 힘이 나오며, 나를 나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을 겪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여러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드러나는 자아(自我)가 있겠지만, 나는 지금의 이 삶 속에서 제법 나 다운 자아를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때 드러난 자아의 모습을 나는 꽤 좋아하고 있음이 느껴져 좋았다. 늘 동일한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아니니, 이때의 충만했던 감정도 금방 다른 감정으로 바뀌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한순간의 짧은 여행을 계기로 즐거웠던 기억을 쌓고, 더불어 나와 또 한 번 마주친 시간이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덧. 여행 가서 보이는 현지 특산품들은 큰 기대가 안되면서도 막상 안 사자니 아쉬워서 결국 한두 개는 사게 된다. 간혹 뜻밖에 맛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래도 기대하게 되고, 결국에는 필요이상으로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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