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등학교 새 학기가 시작된 후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점점 더워지더니 초여름에 접어들었고, 더위가 본격 찾아오기 전 6월 첫째 주 토요일 학교에서 운동회(運動会)가 있었다. 예정 시간은 08:45~12:00. 코로나 전에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오후까지 운동회가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개인적으로 단체행사를 선호하지 않지만, 참석자가 아닌 참관자 입장임을 다행이라 여기며 행사장으로 향했다.
맑은 날이었다. 운동장에는 행사용 천막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고, 전교생과 학부모가 모두 모여 그 안에서 나오는 열기가 느껴졌다. 운동회의 분위기는 어릴 때 경험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낯설지 않았지만, 오전 9시도 안 된 시간에 이미 날이 뜨거워 걱정이었다. 무지하게도 처음 참석하는 우리는 물 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안내 사항에 운동장 내(內) 개인 텐트를 칠 수 있는 구역이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왠지 과한 느낌이 들어 그냥 넘긴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늘 한점 없는 운동장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리일 듯싶어, 서둘러 집에 가서 텐트와 돗자리와 양산과 커피를 준비해 와 아이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텐트 속도 무척 더웠지만 짐을 둘 곳과 앉을 곳이 생기고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니 좀 나았다.
날은 더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활기찼다. 부모는 물론 형제, 자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동행한 가족도 보였고 운동회에서 비롯되었을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아이가 참석하는 행사는 4명씩 달리는 조별 경주와 학년 전체가 함께하는 단체 댄스였는데, 큰 행사이다 보니 아이를 자세히는 볼 수 없었다. 멀리서 포토존으로 지정된 구역 내에서 아이 모습을 볼 수밖에 없어, 한 명씩 세심하게 돌봄을 받았던 유치원과 학교는 다름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제법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운동 실력과는 별개로, 열심히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운동회에 임하는 아이 모습에 안심했다. 비록 달리기 실력은 별로였지만.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를 통해 아이 친구 부모님들과도 인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환영받고 있구나.
이곳저곳에서 종종 느낀다. 우리는 이곳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그리고 그 느낌은 구체적 '인물'들을 통해 강해진다. 아이를 통해 안면이 생긴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을 다니며 어딘가에서 불쑥 마주치고, 그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을 때 유난히 또렷해지는 '환영받고 있구나'라는 감각.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순간 행여 '환영'에서 멀어지는 일이 생길까 봐 인정하기 조심스러운 감각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포착하면 그렇다. '환영받고 있다'라고. 그리고 운동회 또한 그 감각이 또렷해지는 행사였다. 구체적인 사람들을 통해.
이렇게 하루하루의 일상과 행사를 통해 우리는 점점 이곳에 자신의 기반을 굳히며 부드럽게 스며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