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마도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인정하면 본인이 모든 요리를 담당하게 될까 봐 한사코 아니라고 하는 것 같은데 재능은 숨길 수 없다. 배달요리와 외식문화가 풍부한 한국에서는 특별히 펼칠 기회가 없던 남편의 재능은 바야흐로 이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요리를 많은 부분 자급자족해야 하는 해외생활과 내가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남편은 다행히(^^;) 나의 요리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간도 싱겁고, 뭐든 30분 이내에 해치우는 굽거나 데치는 조리법의 단순한 나의 요리는 남편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틈틈이 나서던 남편은 서서히 탄력을 받았고, 최근에는 내가 보기에 (바람직하게도) 본격 뛰어들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일단 본인이 즐거워 보인다. 덕분에 나의 역할은 폭풍 칭찬과 더불어(실제로 정말 맛있긴 하다.), 폭탄 맞은 주방을 정리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아마 요리의 반대말은 설거지 아닐까?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으레 설거지는 싫어하는 듯하다.
'사랑의 다른 표현들'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사랑한다'는 언어적인 표현 외에 사랑을 말해주는 것들. 그중 하나는 분명 요리일 것이다. '내가 직접 만든 작품을 너에게 준다.'는 요리의 본질은 한편으로는 사랑 아닐까. 요리의 본연의 기능 외에 또 다른 순 기능을 꼽자면, 요리 실력으로 인해 상대와 맞지 않는 본인의 어떤 점을 가려주거나 장점으로 바꿔주는 기능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덕분에 그간 남편이 선보인 퀄리티가 좋았던 요리 사진들을 조금 모아봤다. 남편의 재능을 기반으로 한 흥미가 쭉 이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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