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이야기를 쓰며 힘을 뺐더니, 가벼운 이야기가 쓰고 싶어 져서 써본다.
누군가의 첫인상을 떠올려 보는 일을 좋아한다. 첫인상 속 그 사람과 지금 내가 아는 그 사람을 비교해 보는 일은 퍽 흥미롭다. 대체로 같은 사람 맞나 싶게 많이 다르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남편도 이따금 낯선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비주얼 외에 남편을 인상 깊게 기억하게 된 계기는 '의상'이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남편의 착장은 짙은 노랑(개나리색) 바람막이와 카키색 모자였다. 패션은 완성은 표정이었던가? 당시에는 호리호리했던 체형과 특유의 눈웃음까지 잘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본인을 잘 나타내는 착장이라고 느꼈다. 주변에서 그런 스타일의 옷을 입는 남자들이 없어서 더 인상 깊었는지 모른다. 남자애가 나도 소화 안 되는 저런 스타일이 잘 어울리네?라고 생각했던 당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남편에게 서서히 생겼던 호감의 요인은 외모적 요인이 절대적이지는 않았으나, 호감을 도와준 요인임은 분명했다.
시간이 흘러 남편은 이제 츄리닝으로 거의 갈아탔으나(아웃도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디테일을 살펴보면 본인의 취향이 한끝 들어가 있다. 형광이나 원색이 들어간 자잘한 포인트들, 무난한 의상에 비해 강렬한 운동화, 그리고 (가끔) 캐릭터;; 특히 커플룩이나 패밀리룩을 고를 때면 백발백중 그의 취향은 한결같다. 원색이나 파스텔톤 의상 위에 캐릭터(미키나 도널드과...)의 향연... 본인과 아이는 소화 가능하지만 나를 겉도는 옷들. ㅋ
드물지만 나의 옷을 사 오거나 고르기도 한다. 자신의 취향이 명확히 드러나는 옷으로. 딱 보는 순간 그걸 누가 입니 싶다가도... 막상 입어보면 배우자와의 취향은 다른 편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출할 때면 오늘 의상은 별로라고 종종 지적받을지언정. ㅋ
이유는 뚜렷하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주문한 옷이나 골라준 가방 모자등을 꺼내 입으면 나였다면 사지도 입어보지도 않았을 옷이라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취향은 서로 다른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자신이라면 사지 않았을 것들. 아마 선물의 유용함은 그곳에 있으리라.
근데 요즘 느끼는 거지만, 물건도 그렇고 옷도 적을수록 좋은 것 같다. 많은 게 좋지 않을까 싶던 시간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진짜 좋아하는 거 몇 개만 있으면 평소에는 그것만 계속 입어도 괜찮을 것 같다. 요즘에는 자전거를 타니 진짜 더욱 물건을 간소화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보는 사람만 안 지겹다면...^^ 생각난 김에 가을 교복 사진을 찍어보았다.(외출복은 별도다....)
얼마 전까지 진짜 무더웠는데 10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가을로 넘어간 게 신기하고 너무 좋다. 가장 사랑하는 이 계절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좋아하는 교복들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