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어지는 혼자의 시간을 사랑한다. 나와 함께 머무는 시간. 나를 깊이 만나는 시간.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 그 시간 나는 점점 내가 된다. 가을의 절정을 지나는 지금, 혼자의 시간이 주어졌다. 좋아하는 노래와 얇은 카디건을 챙겨 긴 산책을 간다. 최근 마음 깊이 파고든 음악을 한없이 반복해 들으며, 좋아하는 곳으로 간다. 적당히 흐린 날씨와 시원한 바람까지 모든 게 완벽한 날이다. 그에 걸맞게 나 또한 완벽하게 고민이 많다.
강가를 산책하며 내 안으로 깊이 더 깊이 들어가 본다. 절대로 길을 잃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마음속 작은 생각까지 낱낱이 훑으며 산책을 이어간다. 이 시간 곁을 지켜주는 강(川)이 있어 든든하다. 현재 머무는 이 도시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단연 이 ‘강(川)’ 때문이리라. 이 도시에는 작고 아름다운 강이 흐른다. 소박하지만 한없는 매력을 지닌 강이. 그래서 이곳의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강(川)과 더불어 이 시간의 아름다움이 치명적인 이유는 이 시간의 유한함에서 비롯된다. 언제나 내가 쥐고 있는 시간이 아닌, 찰나의 순간 빛나고 빠르게 휘발되는 보석 같은 시간. 그 유한함 덕분에 이 시간의 고유함과 아름다움은 내게 극대화된다.
오래도록 강바람을 맞으며 느리고 긴 산책을 마치니 따뜻한 요리가 생각난다. 남편과 아이가 외출해 혼자인 날 식탁의 매력은 간단함에 있으니 이런 날 어울리는 편의점 요리로 식탁을 준비한다. 편의점의 나라 일본답게 선택지는 많다. 오늘은 가쯔오 육수에 담긴 튀김 소바로 정한다. 아주 뜨겁게 데운 뒤, 그릇은 바꿔 담는 성의를 발휘해 간소하지만 정갈한 식탁을 준비한다.
식사를 마친 후 찬찬히 차(茶)를 우린다. 편의점 요리가 품었을 어떤 기운을 희석하기 위해서는 커피보다는 차가 좋을 것 같다. 어느덧 따뜻한 차가 어울리는 이 계절에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아껴둔 책을 읽는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조금 더 내가 된다.
늦은 밤, 오랜만에 자신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충전된 남편과 아이가 돌아온다. 나 역시 한껏 충전된 기운으로 반갑게 그들을 맞이한다. 아름다운 주말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곳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의 원문은 소믈리에 타임즈 '요리의 말들' 칼럼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987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따뜻한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절이네요.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