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0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운다. 08:15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맞춰 등교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잠이 덜 깬 아이를 좋은 기운을 담아 안아주고, 아침 식사를 내어준다. 성장기 아이에게 규칙적인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뉴얼을 사랑하는 일본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반드시 먹여서 등교시킬 것을 재차 당부한다. 아침 식단은 간단하다. 잡곡밥+김+국(미역국 or 된장국 or 뭇국)+계란(계란찜, 계란프라이, 계란장조림의 로테이션)+계절과일로 구성된 기본 틀에서 부분적인 변형만을 가미한다. 식사를 마친 아이를 준비시켜 란도셀(ランドセル,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책가방.)과 물통과 준비물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챙겨 07:50이 되기 전 집을 나선다.
등굣길에 여러 개의 횡단보도를 지난다. 출근 시간대의 횡단보도는 다소 위험하기에 학부모들은 순번제로 ‘아침 교통안전 추진 활동(朝の交通安全推進活動)’에 참여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등굣길 교통안전을 돕는 것이다. 한 학기 한 번 정도 순번이 돌아오며, 등교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07:40~08:00에 진행된다.
일본 초등학교 학사 일정은 타이트하게 운영된다. 입학 후 첫 3일의 적응 기간을 끝으로 1학년부터 08:15-15:15까지 긴 수업에 돌입하며, 일일 단위로 부과되는 과제의 양이 적지 않다. 하교 후 얼마간의 놀이 시간을 가진 뒤 과제에 돌입한다. 읽고 쓰고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국어(일본어) 과제와 산수 과제, 격일로 부과되는 태블릿 과제를 하면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숙제를 마친 뒤 야외로 나간다. 야외활동에 최적화된 이 계절 자전거를 타고, 킥보드를 타고 산책을 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한 시간 가까이 야외 활동을 마친 뒤, 저녁식사 후에는 놀이와 독서를 병행한다. 취침 시간은 다음날을 위해 22:00시를 넘기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평범하고 부지런한 학부모의 날을 이어간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곳의 보호자 역할 외에, 학교 행사(운동회, 참관수업, 상담 등)로 인해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급식 시식회(給食試食会)’에 참석했다. 학교에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어떤 급식을 제공하는지 학부모들에게 설명해 주는 행사로, 일본 사회의 현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친구와 함께 참석했다. (※ 참가비는 초등학교 급식 일일 평균 식대인 238엔이다. 한화 약 2,200원 정도로 책정된다.) 교내 다목적 홀에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영양사 선생님께서 균형 잡힌 식사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시며, 현재 어느 지역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고,(후쿠시마 원전(原電) 사고 이후 식재료의 원산지에 관심을 가지는 시선이 많다.) 급식 메뉴 구성과 그에 따른 영양소에 관해 설명해 주신다.
이어서 급식이 배식된다. 그날의 메뉴는 카레 필라프와 크림소스, 브로콜리 샐러드 그리고 우유. 우유는 일일 단위로 200ml가 제공된다. 특유의 사용감이 오래된 식기와 정량 배식을 보며 이 집단의 특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식사 전에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다 같이 외친다. “いただきます。(잘 먹겠습니다.)” 잔잔하고도 경쾌한 음악을 배경 삼아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이어간다. 대화 내용은 아이가 몇 학년인지 하교 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등 우리나라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어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다. 일본 학부모들에게는 일상인 이 일들이 나에게는 특별한 문화체험 이며, 아이가 아니었다면 가질 수 없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급식은 자극적이지 않았고, 부드럽고 달콤하고 따뜻했다. 다른 보호자들과 어울려 급식을 먹으며 들었던 생각은 ‘안도감’이었다. 보호자가 부재하는 학교의 시간 동안 이러한 성정(性情)을 품은 요리가 우리를 대신해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구나라는 생각. 아이들을 부드럽게 감싸고 달래주겠다고, 건강하게 키워주겠다는 고요한 다짐이 급식을 통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뒤 식사 전과 마찬가지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외친다. “ごちそうさまでした。(잘 먹었습니다.)” 친구를 통해 식전과 식후에 감사 인사를 하는 행위들은 예의나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의 의미까지 담긴 행위임을 배운다. 모든 행사를 마친 뒤, 학교를 떠나기 전 아이의 교실에 들러 복도 쪽으로 열려있는 창문으로 살짝 아이를 본다. 밥을 먹고 있던 아이와 짧은 순간 눈이 마주쳤고, 서서히 번지던 아이의 함박웃음을 물론 놓치지 않는다. 어떤 마음이지 알겠다는 눈빛. 덕분에 행사를 마친 뒤, 아름다운 무언가로 가득 찬 마음으로 학교를 떠날 수 있었다. 다른 보호자들 또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을 안다. 그렇게 학부모의 시간 속에서 연대하며 우리는 아이와 더불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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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소믈리에 타임즈 '요리의 말들' 칼럼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047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날이 부쩍 추워졌네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건강 조심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