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브라이튼에 터를 잡은 지도 어느덧 10년, 그리고 나는 스티븐과 함께한 세월만 19년이 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부분도 있고, 말해도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가 함께한 날들의 결이 되었고, 서로를 이루는 조용한 울림이 되었다.
올해 9월 초, 우리는 그리스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리스 여행은 내가 계획한 여행이 아니라, 스티븐의 직장 동료의 결혼식 참석이 목적이라 그가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행 일정이 가까워졌음에도 아직 비행기표도 구매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진작에 계획표와 항공권, 숙소를 모두 마무리했을 나지만, 이번만큼은 조용히 그의 리듬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돈도 많이 들고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내년 3월 10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 20주년을 위한 여행만큼은 내가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무 해 가까운 세월, 기념할 만한 숫자이기에 나는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 몰디브를 떠올렸다.
단순히 고운 바다만 있는 곳이 아니라, 마치 다른 세상처럼 섬 하나가 통째로 리조트인 곳. 그래서 사람들은 “몰디브 전공학과가 따로 필요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그만큼 몰디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정보와 준비가 전부다. 나는 작년부터 몰디브를 공부해 왔다. 리조트마다 특징과 분위기, 이동 방식과 식사 포함 여부까지 달랐다.
그 긴 시간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우리가 머물 곳을 Centara Mirage Lagoon Maldives로 정했다. 그리고 2026년 3월 8일부터 13일까지, 5박 6일간의 로맨틱한 여정을 예약했다. Grand Opening: Maldives Private Island Bliss with Daily Breakfast, Dinner & Drinks + Roundtrip Transfers. 총가격은 A$8,874.98, 지금 환율로 약 한화 8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하루에 백만 원이 넘는다. 태어나서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 희망을 품어 보고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몰디브? 너무 비싸지 않아?”
하지만 그건 몰디브를 제대로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의 말이다. 몰디브도 얼마든지 저렴하게 갈 수 있다. 백패커스들을 위한 섬도 존재한다. 그래서 여러 번 가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 갈 수 있다면, 제대로, 럭셔리하게 가고 싶었다. 20주년은 충분히 럭셔리하게 가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십 개의 리조트를 비교하고, 후기 하나하나를 읽고, 유튜브를 보며 직접 몰디브를 배웠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2024년 새롭게 오픈한 'Centara Mirage Lagoon Maldives'였다. 그래서 아직 후기가 별로 없다. 우리가 예약한 패키지는 모든 식사와 음료가 포함되어 있고, 왕복 교통편까지 포함된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 구성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몰디브의 로망이라 불리는 수상 라군 위의 풀빌라. 그 정도의 구성이라면, 보통은 한 사람당 최소 백만 원 이상은 더 들어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고민하고 비교하며 가성비와 럭셔리를 모두 잡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단 하나뿐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20주년 몰디브 여행이다. 반면, 스티븐이 준비하는 9월 초 예정된 그리스 여행은 아직 비행기표도 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몰디브는 내주도하에 이미 비행기표까지 포함해 예약이 완료되었다.
이 여행만큼은, 내가 온전히 주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스티븐이 항상 하는 말 "살다 보면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몰라". 그 말이 맞는 경욱도 있다. 그렇게 스티븐은 5월 베트남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가 3월에 몰디브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이 여행을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때로는, 기다림 자체가 삶을 더 반짝이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기다림 속에서 이미 나만의 몰디브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몇 달 뒤 9월 초에 떠날 그리스 여행보다, 내년 3월에 가게 될 몰디브 여행이 나를 더 설레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