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게이들에게, 아니 전 세계의 게이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행복한 게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늘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하고, 추구하고, 갈망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 행복을 찾아 헤매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 살던 시절 나는 불행했다. 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숨죽이며 살아야 했고, 가족에게조차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두려움이었고, 일상 속의 농담조차 나를 깊게 찌르는 순간이 되곤 했다. 세상은 나를 향해 닫혀 있었고, 나는 늘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꺼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호주로 이주해 가족을 꾸리고, 나만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비로소 나는 행복을 실감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직장생활은 나를 적당히 긴장시키고 적당히 월급을 준다. 나에게 직업은 삶의 균형을 지켜준다. 그렇게 5시간 정도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치카와 산책을 나가고, 행복이 하교 시간에 맞추어 아들을 데려온다. 방과 후 활동을 챙기고, 저녁에는 브런치에 앉아 하루를 기록한다. 이렇게 하루 루틴을 채우고,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스스로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매일밤이 진심으로 행복하다.
행복은 거창한 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일상의 균형 속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평온이 곧 행복이다. 과거에는 내 존재 자체가 짐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존재로 인해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아무나 행복해질 수 있고 그것은 절대적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불행했던 게이가, 지금은 이렇게 행복한 게이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간절히 바란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게이라는 이유로 불행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기를. 나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