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멜버른에는 무려 다섯 개의 새로운 기차역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7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내가 트램 운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땅 아래에서는 이 작업이 고요하게, 그러나 쉼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일해온 3년의 시간마저도, 이 거대한 변화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묘하게 가슴을 울렸다. 일요일, 우리는 가족끼리 새 역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단순히 구경이라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작은 여행 같았다.
첫 번째는 안작역(Anzac Station).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고, 넓고 깊은 공간의 울림이 귀에 닿았다. 유리와 금속의 조화, 단정한 조명들, 그리고 트램과 기차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 트램 운전을 하는 나에게 이 변화는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했고, ‘매일 오가는 길 아래에 이런 세계가 숨겨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두 번째는 타운홀역(Town Hall Station).
지하로 깊이 내려가면, 멜버른이 한 단계 더 큰 도시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세계 어느 대도시 지하철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와 동선. 스티븐과 행복이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보며 “와, 멜버른이 진짜 달라졌다”라며 감탄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도시가 성장하는 모습을 가족과 함께 바라본다는 것. 그 자체로 특별했다.
그리고 스테이트 라이브러리역(State Library Station).
예술이 숨 쉬는 역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돋보였다. 벽면의 패턴, 조명, 색감, 배치된 작품들이 균형을 이루며 “이곳은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남겼다. 행복이는 기둥 사이를 뛰며 “여기 진짜 멋있어!”라고 소리쳤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가 자라는 도시가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도시와 아이가 함께 자란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벅차고도 따뜻한 일이다.
그러나 이 경험은 우리 가족만의 것이 아니었다. 역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멜버른 시민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어깨 위에 아이를 태운 아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기념 삼아 산책 나온 노부부까지.
모두가 새로운 공간을 직접 보고 싶어 모인 얼굴들이었다. 도시의 변화가 한순간 축제가 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저 밥을 먹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변화, 계절의 흐름, 삶의 무게와 기쁨을 함께 경험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비싸 공연이나 여행보다 이런 것도 중요함을 행복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오늘의 나들이는 단순히 새 역을 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우리 가족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배웠다. 이런 경험을 함께 느끼고, 함께 기억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가족이라는 이름의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