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멜버른의 날씨는 정말 미칠 만큼 더웠다. 그래서였을까? 행복이의 하루도, 나의 마음도 그 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을 하며 잠깐 주어진 쉬는 시간 나는 무심코 휴대폰을 열었는데, “오늘 라이프 세이브를 바닷가에서 합니다.”라는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금요일 아니야?’
‘수영복도 없이 그냥 학교에서 바닷가로 가는 건 아니겠지?’
행복이가 말 안 했는데 불안이 밀려오면 나는 주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행복이는 받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소피아에게 전화했지만 그녀 역시 출근 준비 중이라 받지 못했다. 결국 문자를 남겼다. 행복이가 오늘 라이프 세이브를 하는데 준비를 부탁한다고 말이다. 만약 반 학부모님이 단체 메시지를 올려주지 않았다면, 행복이는 이런 33도의 폭염 속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바닷가에 갔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왜 이렇게 스스로에게 무신경할까? 왜 자신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을까?’
조금 뒤, 소피아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휴대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 행복이 준비를 챙겨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마음 한 편의 뜨거운 여진은 남아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던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곧이어 소피아에게서도 메시지가 왔다. 행복이가 라이프 세이빙 중에 머리를 부딪쳐 아프다며 픽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적으로 또 가슴이 철렁했다. 몇 시간 전 열기와 함께 올라왔던 불안이 다시 솟구쳤다.
스티븐이 없어 소피아가 도와주는데 그런 소피아와 통화를 하고, 서둘러 바닷가로 향했다. 도착하니 행복이는 담임 선생님 옆에 앉아 있었고, 멀쩡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허탈함이 밀려왔다.
‘아프다더니…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안도와 피곤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너무 더운 날씨를 피할 겸 함께 수영장으로 갔다. 아침부터 마음이 널뛰기를 했지만, 물속에서 웃고 장난치는 행복이를 보며 오늘의 복잡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식어 내려갔다.
육아는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끓고, 식고, 다시 끓는다. 날씨처럼 읽기 어렵고, 아이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또 이렇게 살아낸다. 오늘도, 부모로서의 하루를.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