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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강매당한 건 아닐까?

by Ding 맬번니언

오늘 오후, ‘똑똑’ 하는 소리가 집안의 고요를 깨뜨렸다. 문을 열려는 나에게 행복이는 재빨리 손짓하며 말했다.
“아빠, 나오지 마. 나 금방 들어올게.”

잠시 뒤, 문이 다시 열렸다. 행복이는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3달러만 남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 물음에 아이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브루스한테 캔디를 샀어. 17불….”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혹시 강매당한 건 아닐까? 브루스가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이는 그다지 사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가 17달러어치나 사탕을 산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마음 한쪽에서 화와 걱정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은 늘 후회를 낳는 법이다. 나는 숨을 고르고 아이와 마주 앉았다.

“정말 네가 좋아서 산 거야?”
행복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먹어보자.”

처음 두 개는 기분 좋게 입에 넣었다. 그러나 세 번째, 네 번째로 넘어갈수록 행복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정말 좋아서 산 게 아니라....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정말 좋아서 산 거라면, 너는 이걸 끝까지 먹어야 해.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면, 선택을 바로잡을 수도 있어.”


행복이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바꾸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다. 캔디를 자신이 좋아서 구입했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해서 구입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브루스에게 이야기해서 남은 사탕을 반품하고 돈을 돌려오거나, 내일도 이 사탕을 계속 먹는 것 중 선택을 하라고 말이다.


행복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브루스에게 남은 사탕을 돌려주기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 사건은 ‘학폭’도, 억울한 강매도 아닌, 행복이에 결정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말했다.

“행복아, 물건을 살 때는 정말 필요한 것인지,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해.
돈을 쓴다는 건 너의 선택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거든.”

오늘의 작은 사건은 사탕 몇 봉지가 아니라, 선택과 책임,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아이도 배웠고, 나도 배웠다.
부모의 하루는 언제나 이렇게 예기치 않은 작은 교훈들로 채워진다.
나는 그 순간순간들이 결국 아이를 키우고, 동시에 나를 조금씩 더 성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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