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ADHD 약을 새롭게 복용하면서 변화의 흔적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변화를 관찰하면서, 저 또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몰랐던 제 자신의 변화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느꼈습니다.
“어른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하고 있다.”
저는 한동안 행복이 아빠, 그리고 게이라는 정체성만으로 살아왔습니다. 제 글도 대부분 마찬가지였어요. 공모전을 준비하며 벽에 붙인 메모들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게이나 게이 아빠라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더군요. 어쩌면 그것이 제 삶의 큰 비중을 자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투데이신문 신춘문예 공모 소식을 접했습니다. 다른 신문들의 마감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죠 직업에 관련된 글을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시작했는데 문득 깨달았어요.. 그 과정에서 제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게이 아빠가 맞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 다라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행복이의 부모이기도 하고, 직장인이기도 하며, 글 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 삶을 한 가지 정체성으로만 정의하려 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행복이가 성장하며 변화를 겪듯, 저도 글을 통해 스스로를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죠. 저는 제 정체성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트램 운전사라는 것을 말이죠.
이제는 제가 가진 여러 모습들을 더 자유롭게 글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제 안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공감이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변화는 몰래 찾아오지만, 그걸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건 우리 몫이라는 걸 느낍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자신도 모르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말이죠.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을찾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