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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Dec 16. 2024

크리스마스트리와 신중한 선택의 의미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었다. 거실 한쪽이 휑하니 비어 있는 게 아쉬워, 우리 집에도 드디어 크리스마스트리를 새로 장만하기로 했다. 10년 전 처음 트리를 구입했을 때는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십만 원짜리 나무 하나를 툭 골라 집으로 가져왔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구입하기 위해 가게에 갔더니 눈앞에 펼쳐진 가격표에 깜짝 놀랐다. 이제는 이십만 원. 그 사이 호주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실감이 났다. 흔히들 말하지 않던가. "오르지 않는 건 월급뿐"이라고. 크리스마스트리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매년 가는 꽃집에 가서 보니 크고 작은 나무들이 등급이 매겨진 상태로 줄지어 서 있었다. 가격표는 크기에 따라, 그리고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작은 크기의 나무도 십만 원대에서 시작했고, 조금 더 큰 나무들은 이십만 원을 훌쩍 넘겼다.


매장을 한 바퀴 돌며 마음에 드는 트리를 고르느라 한참을 고민했다. "이건 너무 작아서 집이 허전할 것 같아."
"이건 너무 커서 거실 한쪽을 다 차지하겠네."

눈앞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가격과 실용성을 저울질하며 고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올해 우리 집에 올 튼튼한 트리를 하나 선택했다. 높이는 180cm, 아래쪽 가지가 풍성해 장식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 트리를 거실 한쪽에 세운 모습을 상상하니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점심쯤, 행복이와 함께 케이의 초대로 소닉 3 시사회에 다녀왔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앉기 때문에 일찍 도착해서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이번이 내 생애 첫 시사회였는데, 처음 경험해 본 시사회는 기대 이상으로 특별했다. 입장하면서 작은 선물을 하나씩 받았고, 팝콘과 음료도 무료로 제공되었다. 영화관에 앉아 행복이와 함께 팝콘을 나누어 먹으며 스크린을 바라보니, 이런 작은 혜택과 특별함이 시사회의 묘미라는 걸 느꼈다. 행복이도 들뜬 표정으로 "아빠, 진짜 재밌겠다!"라고 속삭이며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오랜만에 다시 보는 소닉 캐릭터들이 반가웠다. 나도 행복이가 소닉을 좋아해서 1, 2편을 극장에서 모두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 3편은 전편들에 비해 스토리가 조금 아쉬웠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느슨했고, 캐릭터의 매력이 이전만큼 강렬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 공개된 4편의 예고편은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스크린에 등장한 짧은 예고편이 끝나자, 관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행복이도 신이 나서 "와! 이건 꼭 봐야겠어!"라며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소닉 3의 영화 자체는 조금 아쉬웠을지 몰라도, 시사회라는 경험이 주는 특별함은 그 모든 것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행복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특별한 순간이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추억으로 남을 거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스포일러를 하진 않겠지만, 마지막 예고편 덕분에 소닉 4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행복이와 함께 다시 극장에서 이 시리즈를 이어갈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고를 때도 오랫동안 사용할 것을 생각하며 고민했던 것처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을 선택하는 데에도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닉 3 영화가 남긴 아쉬움처럼, 실망이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모여, 더 나은 결과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이는 불빛처럼, 소닉의 마지막 예고편처럼, 한국에도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이 반짝이길 바란다. 행복이가 느낀 설렘처럼, 모든 국민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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