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에서 캠핑 or 호텔> 당신의 선택은?
캠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느낌 알지알지
오랜만에 캠핑장에 왔다. 거의 8년 만이다. 8년 전 우리는 한여름, 한겨울을 가리지 않고 한 달에 두세 번씩 캠핑을 다니는 열혈 캠핑족이었다. 그래. 그때는 30대 초반의 아이가 둘 뿐인 젊은 부부였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8년 전 마지막 캠핑이 아직도 생각난다. 셋째가 태어나기 한 달 전이었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당분간 캠핑은 못 가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지 바르게 눕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양손에 아이들 손을 잡고 호기롭게 캠핑장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힘들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생각지도 못 한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열이 나는 만삭의 임산부가 8월 삼복더위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데 심지어 씻기도 힘들었던 환경이라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넉다운이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쉬려고 누웠더니 바닥은 딱딱하고, 배는 남산만 해서 바르게 눕지도 못하고, 딱딱한 바닥에 옆으로 누웠는데 허리가 아파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겼던 것이다. 힘들었던 8월 만삭의 캠핑을 마지막으로 열정 넘치는 캠퍼였던 우리의 열정은 점차 꺼지게 되었다. 어린 셋째를 데리고 강행을 하기에는 너어어무 힘이 들 것 같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막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이제 다닐만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 빡세게 다닌 덕에? 우리는 좀 더 편안하고 좋은 곳을 찾는 부부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열정 넘치는 남편 친구들이 불을 지핀 것이다. 남편 친구 중 하나가 최근에 카라반을 사서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는 렌털을 했다며 왕년에 캠퍼였던 우리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불 꺼진 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괌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독이 아직도 가득 차있는 상태라 캠핑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우리는 차선책으로 근처에 숙소를 잡고 낮에 친구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숙소로 와서 쉬기로 했다.
그동안 개힘든 캠핑을 다니느라 몰랐는데 카라반은 또 다른 신세계였다. 텐트를 치고 걷을 필요도 없고, 짐을 가지고 집까지 옮기지 않아도 되었다. 특히 이번처럼 비가 오는 날에 젖은 텐트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지 않아도 되니 참 좋아 보였다. 게다가 아이들이 화장실이 급해 동동거릴 때 멀리 있는 캠핑장 화장실까지 뛰어가지 않아도 카라반 안에 있는 화장실을 쓸 수 있으니 정말 편해 보였다.
오랜만에 캠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롭고, 아날로그틱한 감성도 느껴보았다. 잊고 있었는데 역시 좋다. 화로대에서 살랑거리는 불을 바라보는 것도, 쌀쌀한 공기와 어울리는 뜨거운 불기운과 나무 타는 냄새도 다 좋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있는 자체로도 좋았다. 어쩌면 열혈 캠퍼였던 지금보다 더 젊었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구동성 게임을 해봤다.
"다음 여행은 캠핑? or 호텔? 하나, 둘, 셋!!!"
아이들은 "캠핑!!!!!"
우리 부부는 "호텔.."
아.... 아이가 셋이라 과반수에서 졌다. 다음 여행은 캠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