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품질과 가격에 대하여
스페셜티 커피가 계속해서 보급되고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들도 많아지면서 조금씩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소비층도 많아지고 있다.
스페셜티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생기는 여러 오해들이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커피의 신맛에 대한 오해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접했거나 또는 들어본 사람들 중에서 신 맛있는 커피가 비싼 커피라거나 좋은 커피는 신맛이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신맛’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커피업계에서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마실 때 “이 커피의 신맛이 아주 좋다.”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이 커피는 좋은 품질의 과일 같은 산미를 지니고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신맛과 산미는 사실 사전적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산미를 뜻하는 영어단어인 Acidity는 신맛의 척도로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척도’에 집중을 해야 한다. 좋은 신맛이 있고 또 나쁜 신맛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커피에서 단순히 신맛이 있다는 표현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자, 그러면 앞서 말했던 좋은 커피는 신맛이 난다에서 신맛을 좋은 신맛이라고 전제를 하자. 그렇다면 좋은 커피에서는 왜 좋은 신맛이 날까?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커피는 쓴맛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좋은 커피는 커피 자체가 쓴맛이 적고 신맛이 많은 걸까?
이 말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쓴맛이 비교적 잘 발현되는 커피도 있고 다양한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도 있다. 그러나 커피는 기본적으로 커피체리라고 하는 열매의 씨앗인데 당연히 과일의 씨앗이다 보니 여러 신맛을 내는 유기산이라는 물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사실 커피의 본래 맛은 쓴맛이 아니라 신맛이다. 그러면 왜 우리가 먹는 대다수의 커피는 신맛이 아니라 쓴맛이 날까? 이것에 대한 답은 로스팅에 있다.
우리는 커피체리의 씨앗 자체로 먹을 수는 없다. 생두라고 부르는 이 씨앗에 열을 가해 원두로 만들어야 비로소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열을 가하는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가 가지고 있는 유기산과 과일 향미 성분들은 파괴가 이루어지고 쓴맛을 이루는 물질들이 많이 생성된다.
보통 판매하는 커피들은 다크로스팅이라고 불리는 열을 많이 가한 커피들이어서 신맛보다는 쓴맛 위주의 커피가 많은 것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답에 거의 가까이 왔다. 커피도 과일의 일종이기 때문에 커피의 품질에 따라 산미의 품질 또한 다르다. 어떤 커피는 신맛이 가볍고 찌르는 느낌으로 날카롭게 느껴지고 어떤 커피는 정말 복숭아와 같은 새콤달콤한 산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후자의 커피가 품질이 좋은 커피이고 가격 또한 실제로 더 비싸다.
당신이 만약에 로스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신맛이 날카롭게만 느껴지는 커피를 밝게 로스팅해서 부정적인 신맛을 강조하겠는가? 아닐 것이다. 부정적인 신맛을 지닌 커피는 열을 더 가해서 그 신맛을 죽여버리고 좀 더 무겁고 쓴맛이 나는 커피로 만들어서 먹는 편이 좋다.
반대로 좋은 품질의 산미를 지닌 커피는 그 특징을 오히려 살리기 위해 밝게 로스팅을 해서 먹는 것이다. 여기에서 좋은 품질의 커피는 신맛이 있다 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이 말을 정정하면 좋은 품질의 커피는 좋은 산미를 진고 있다 이다. 그리고 좋은 품질의 커피도 로스팅을 많이 진행하면 산미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게 된다.
커피 분야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학습을 한 후에야 더 많은 부분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인간의 감각으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은 분명 구분할 수 있다 생각한다.
여러분이 커피를 마실 때 단순히 신맛이 난다고 그 커피의 품질이 좋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과일즙을 먹는듯한 긍정적인 산미가 나야 좋은 품질의 커피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커피에서 나는 신맛 자체를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다양한 커피에 대한 경험이 싫지 않다면 긍정적인 산미에 대한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