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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 커피 교육자 Oct 27. 2022

솔직한 커피 교육자 (3) 커피는 정말 많이 남을까?

커피 마진율에 대한 오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팔았을 때 얼마가 남을까?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카페를 물장사라고 부르며 커피의 마진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낮은 가격에 박리다매를 하면 괜찮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가이다. 카페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계산은 아래와 같다.


예시)

커피 원두 1kg 납품단가 20000원

아메리카노 1잔에 사용되는 커피양: 20g

커피 원두 1kg로 만들 수 있는 아메리카노 수량: 50잔

아메리카노 1잔에 드는 원가: 400원

내가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가격: 3000원

순수 커피만을 포함한 마진율(용기, 세금, 인건비, 월세 제외) : 약 87%


이렇게만 본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장사이다. 물론 테이크아웃 용기나 다른 요소들을 제외했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게 나왔지만 다른 요소들을 포함한다 해도 그리 낮지 않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바로 1kg로 만들 수 있는 아메리카노 수량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1잔을 만드는데 20g의 커피가 사용되기 때문에 50잔이 나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커피를 담을 때 발생하는 손실도 있지만 그보다는 커피의 입자 세팅을 잡을 때 발생하는 손실이 훨씬 크다. 커피의 입자 세팅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뀐다. 그리고 이 세팅을 바꿀 때마다 그라인더 내부에 존재하는 이전 입자의 원두들을 갈아서 버려야 한다. 또 입자 세팅을 바꾸지 않더라도 그라인더 내부에 존재하는 원두가루들은 시간이 지나면 커피의 향이 많이 사라져 쓴맛이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주기적으로 이 커피들을 갈아서 버려줘야 한다.


이렇게 따지면 1kg에서 만들 수 있는 아메리카노는 50잔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40잔, 30잔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원가도 500원, 667원으로 바뀌게 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세팅을 바꾸지 않고 1kg의 커피를 전부 사용하겠다 하면 50잔, 또는 사용하는 커피양에 따라 그 이상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손님은 아주 쓴 커피를, 어떤 손님은 아주 밍밍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장사를 해도 가능한 상권인지는 읽는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겠다.


커피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차 다양화되고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한 시장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을 하는 것만이 맞는 전략인지는 한 번쯤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두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예시로 든 1kg에 2만 원의 원두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요새는 기본적으로 2만 3천 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저가 커피를 하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더욱 적어진다. 물론 2만 원 이하의 커피들도 있지만 당연히 가격이 낮을수록 품질은 떨어진다.


앞으로 카페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은 크게 두 가지 방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원재료의 가격도 계속 오르고 소비자의 수준도 점점 오르지만 저가 커피를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품질을 올려 더 높은 가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무엇이 정답은 아니고 개인의 상황과 위치하는 매장의 상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카페는 물장사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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