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니고 미야옹 모닝
새벽 네시 반, 미라클 모닝인가 싶지만 아니다 미야옹 모닝이다.
장고는 16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제한 급식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특성상 자율 급식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장고 역시 하루치를 한 번에 줘도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알아서 조금씩 나눠 먹기도 하고(거진 열다섯 번 정도는 나눠 먹는 듯하다.) 식탐이 없기 때문에 제한 급식의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그런데 당뇨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식사와 인슐린 주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하루 두 번 제한급식이 뾰족한 바늘만큼이나 배로 어려운 치료과정이다.
저녁 10시에 식사가 끝나고 나면 장고는 다음날 8시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그나마 먹는 시간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늘려서 한 시간 빨리 먹는 데도. 10시간 동안의 공복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힘들긴 힘들 것이다 생각했지만... 나도 이렇게 힘들어질 줄이야...... 네시에서 다섯 시 사이. 뾰족하게 날 선 귀가 푸르스름한 실루엣으로 비치는 고양이와 호랑이의 시간.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창밖에서 희미하게 쓰레기차 소리가 들리고 그 정막을 깨고 울기 시작한다. 장고가 생전 제한 급식을 해본 적 없듯이, 나도 생전 해본 적 없는 미라클 모닝이 시작된 것이다. 아아니 미야옹 모닝. 어느 정도로 우느냐 하면, 밥 먹기 직전까지 세네 시간을 내리 운다.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다. 나중에는 목이 쉰 채로 운다. 끈과 공으로도 놀아줘도 보고 냥플릭스도 틀어주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에게는 오로지 '밥' 뿐이다. 이렇게 밥에 집착하게 되다니. 놀랄 노자다.
그래. 이왕 무슨 모닝이든 시간이 생겼으니 뭐라도 해보자 싶어 책을 꺼내지만, 눈에 들어올 리가. 내내 졸거나 장고의 소리에 멍을 때리며 세네시간이 지나간다.
잔뜩 화가 난 그는 이제 혈당 체크를 하면 밥을 준다는 것이 학습되었다. 너무 하기 싫고 분노가 치미는 와중에도 혈당기를 준비하는 집사 앞에 등 돌리고 앉는다. 나지막이 앙. 혈당체크를 하면 이제 밥 먹는다는 것을 안다. 냉장고까지 따라와 부비적거리고 뚫어져라 나의 분주한 손만 본다. 이렇게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밥이면 좀 제발 좀 준 밥을 다 먹어주면 참 좋을 텐데 이제 2차전이 시작된다. 먹어야 하는 양의 반절 정도를 먹고 나면 만족한 듯이 자기 침대로 가서 눕는다. 그리고는 한참을 그루밍하고 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안된다. 정시 정량의 법칙. 나는 밥그릇을 들고 장고 앞으로 간다.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몇 입 더 먹는다. 하지만 나머지 삼분의 일 정도는 내가 먹여야 한다. 왼손으로는 뱉지 못하게 턱을 올려 잡고 오른손으로는 뭉쳐 놓은 밥을 목구멍 근처까지 밀어 넣는다. 몇 번은 참고 잘 받아먹다가 한두 입 남겨 두고는 앞발로 나의 손을 밀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 정량의 최대한을 먹인다. 다 먹이고 나면 다시 혈당 체크. 그리고 주사가 기다린다.
당뇨 판정을 받은 지 5주가 지났다. 가이드라인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고 나도 열심 찾아보며 지금은 제한 급식을 네 번으로 늘렸다. 아침과 저녁은 많이 주고 중간중간을 간식처럼 준다. 이렇게 하고 나니 금주에 들어서는 6시로 미야옹 모닝이 변경되었다. 잠을 그래도 5시간 정도는 자니 좀 사람답게 살만하다. 그러면서 아침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책 읽는 것과 같이 많은 집중을 요하는 일은 할 수 없지만 한 시간 정도 쉬엄쉬엄 생각나는 데로 편한 글쓰기를 하며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장고 덕분에- 이른 아침을 직면의 과정으로 삼는 유의미한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여전히 힘들기는 하지만 나도 나의 루틴을 조금씩 찾아가고 장고도 장고의 생활을 찾아가는 듯하다. 아직 주사 놓을 때마다 땀을 흘리고 벌벌 떨리는 심장과 손을 부여잡고 있지만, 이마저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여유가 생긴 듯하다.
아무튼. 설탕묘 장고 힘내! 그리고 모든 당뇨를 앓고 있는, 그리고 투병 중인 모든 생명체들도 힘냅시다! 아자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