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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Mar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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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13.2024

 20대를 돌이켜 보면 가리지도 않고 다양한 일을 많이도 했는데, 나이로 경험을 나누기에는 거북한 부분이 있으나 일반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기에 어폐가 있어도 살짝 넘어가 이어서 말하자면, 그렇게 일을 많이 또 멈추지 않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넘치는 열정이나 늘 채워지지 않는 갈망 그 외 에도 성공과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성공시켜야지! 실패하지 않을 거야!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정말 그냥 했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 그저 ‘하는’ 과정에서 모든 성취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일이 끝나면 아쉽지 않고 후회도 없었다. 어떤 결과든 득으로 느껴졌다. 그런 20대의 끝자락에서 사람, 돈, 재능(이라 여긴 것)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일의 결과를 맞이하였고 그것은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실패’였다.

 실패는 또 딛고 일어나면 되는데, 성과 패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문제였을까? 처음 알게 된 이 실패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이제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전처럼 무작정 시작할 수 없었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데도 하지 않았다. 실패할 수 없다는 생각은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손과 발까지 묶어버리고 때론 입과 코, 눈도 막았다. 제자리에서 바닥이 늪으로 변해 가라앉는 기분을 수도 없이 느끼며 그럼에도 성공하고 싶었다. 


 그 일이 있은지도 십 년이 훌쩍 지났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불쑥 나타나는 그때의 기억은 지울 수 없다. 정말 괴로웠던 그 깊이만큼 행복했던 기억이어서 지우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사실은 성과 패를 생각하지 않았던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나는 현명했지만, 열정과 힘이 지나치게 넘쳐흘렀다. 

 열정도 나이 들고 갈망하는 것들도 사라지는 지금. 오히려 선명해진다. 과정에서의 ‘행(行)’함 자체에 성취가 있음을, 결과는 당시에 얻어진 사실일 뿐 성공도 실패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로써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혹시 오늘 내가 실패자라 여겨진다면 아주 잘 되었다. 이제 오라- 성공과 실패가 없는 세계로. 성취가 매일 존재하고 따스한 바람과 달달한 꽃향기가 흘러넘치는 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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