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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May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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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29.2024

여자들이란

남자들이란

애들이란

노인들이란

흑인들이란

동양인들이란

포유류란 

어류란

...

..

.

그들은

.          


생각할 새도 없이 자리 잡은 생각의 길

타고나길 가지고 태어난 것 혹은 타고나길 빼앗긴 채 태어난 것

뼛속까지 자리 잡은 울분과 편견의 사각 링 안에서 얼마나 더 발가벗겨져야 이 싸움을 멈출 수 있을까. 권력, 힘의 논리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짓밟히는 가장 약한 존재들.      

‘아니 그게 더 불공평하지- 왜 그들의 편에 서야 하냐고, 그건 혜택 아니야?’      

숨이 턱.

말문이 턱. 하고 막힌다.

한 번도 스스로를 부정해 본 적 없는 그들로 묶이는 ‘그들’이, 심하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정당한 또 다른 그들로 묶이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잘 못한 게 아니잖아- 너네가 그렇게 태어난 건. 근데 도대체 어쩌라는 말이야. 왜 자꾸 우리만 공격하냐고. 억울해 우리도.’     

우리와 너네로 나뉘면서. 할 말을 또 잃는다.

물론 닥치고 공격은 잘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꼬리가 부러지고 털과 살이 뜯겨 나간 고양이는 더 크게 하악질을 하고, 있는 발톱을 모두를 세워 다가오는 어떤 손이라도 피가 나게 할퀴어 댈 수밖에 없다. 살아야겠기에. 타고나길 약하게 태어난 것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이는 현상 너머를 봐주었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이다.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비난, 날카로운 표현, 예민한 반응 뒤에 사시나무 떨 듯 떠는 그 마음이 있음을.   

   

 여태껏 불편한 것 없이 모두가 이렇게 살라고 해서 이렇게 살아왔는데. 어느 날 표적이 되고 알고 살아왔던 모든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하니 어이없고 답답하기도 하다.

 태어나기를 흰 피부로 태어나서 그렇지 않은 피부는 나랑 완전히 다른 존재이며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그들을 그렇게 대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 내가 살아온 방식이 잘못되었다 손가락질받으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태어나기를 사람으로 태어나서 매연을 뿜어대는 차를 타고 플라스틱에 담긴 물을 소를 돼지를 다 먹어도 된다고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이게 내 잘못이야?     


 글쎄- 누구의 잘잘못이 시작점이 아니라는 것이, 이 모든 가름의 모순이다.

그저 다시 깨닫고 계속 깨닫고 으쌰 으쌰 조금이라도 바른길로 조금 더 많은 사랑의 길로 가려는 것뿐. 

물론 탓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고 한데 묶어 생각하면 여러모로 편하다. 그렇지만 우린 많은 부분에서 알고 있다.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 해결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때로 큰 후폭풍을 가져오기도 했다는 사실을.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그들’로 나눠 묶지 말고 ‘우리들’로 한데 묶어 미움 대신 사랑으로 같이 가자. 함께 가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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