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6.2024
기억되는 것은 그리도 어려웠는데, 잊히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일으켜 세우는 일은 뼈 아프게 힘들었는데, 무너져 내리는 것은 손가락 튕기듯 쉬웠다.
유독 힘들고 어려웠던 시월을 지나 십일월 하고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번째 날이 지나간다. 물들지 못해 불평만 부리던 나뭇잎도 제법 색을 내고 아쉽게 떨어져 나간 낙엽들이 길 한편에서 바스락 거린다.
걷고 또 걷는다. 저 한편에 나의 자리가 길이 있을까 보일까 하여.
스스로 만든 고독과 끝없는 직면 그리고 돌아봄의 시간, 더 이상 숨지 않겠다며 내놓은 ‘나’를 도로 숨겨둘 수는 없어 뒷 목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나온다.
무너져도 또 한 번 일으켜 세우고,
잊혀도 다시 기억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