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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0. 2022

Ep 8. 보이저 리키

언바운더스 클럽의 두 번째 멤버를 소개합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첫 멤버, 헨리 다음으로 오늘은 두 번째 멤버 리키를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느낀 리키는 정말 바르고 올곧은 친구다. 본인의 철학과 기준이 뚜렷하며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정말 둥글둥글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쉽게 가까워지는 편이다.


리키의 취미는 산책과 자전거 라이딩이다. 지리에 관심이 많은 리키는 여기저기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단지 가보는 것을 넘어 그곳을 온전히 느끼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오는 능력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여기 맛있는 거 뭐 있어?”라고 물으면 맛집 정보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역사, 지리, 교통편 등 심층적인 분석을 내어준다. 행동하고 탐험하기를 좋아하는 리키의 글이 도착했다.


[From Ricky]

어릴 적부터 저는 무언가를 모으기 좋아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도 기억나지 않지만, 유치원 때는 껌 포장지를 정성스럽게 스크랩했고, 초등학생 때는 세계 각국의 우표나 돈을 모았습니다. 한번 공들여 모아놓으면 어느 것 하나 쉽게 수중에서 놓지를 못해, 제 방은 잡동사니로 가득합니다.


살아가며 경험한 무엇 하나도 놓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 같습니다. 수집품은 그 자체로 경험의 증거물이 되기도 하고, 또 그걸 모았던 시절의 여러 추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수집행위의 본질은 이런 역할에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무 살의 대학생이면 한창 추억을 수집해야 할 나이입니다. 


두 곳의 대학에서 두 번의 새내기 시절을 보냈습니다. 강의를 비롯한 학교생활이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최선을 다해서 뜻깊은 대학생활을 보낼 각오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2년간 계속되는 온라인 수업에 예상보다 상당히 빨리 지쳐버렸고, 새로운 도전과 만남에 대한 갈증으로 차라리 군대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입대 후 오랜만에 주변 세상으로부터 강렬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체계 속에서 생활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생생한 감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줄곧 피터, 헨리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대화가 무르익다 보면 항상 미래에 대한 계획을 논하게 되곤 합니다. 훗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한참 이야기하다 보면 참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외부로부터의 속박이나 스스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질 수 있는 유연함을 길러서,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겁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 나눈 생각과 솔직히 털어놓은 고민거리를 기록해 두고, 차차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당시의 감정을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저희가 서로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지지해 줄 수 있게 됐듯이, 불특정 다수의 연대로써 더욱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고자 인터넷으로 향합니다.  


추억도, 인연도, 찾아 나서야 모을 수 있습니다. 저의 직함은 보이저(Voyager)입니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여러 행성들을 지나 비행하며 생생한 사진을 보내주었고, 어느덧 태양계로부터 훌쩍 벗어나 끝없는 우주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보이저 1, 2호 탐사선처럼 방방곡곡을 탐험하며 감정을 기록하고 나누는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덧 [피터의 브런치]에 나를 포함하여 세 번째 사람이 등장했다. 언바운더스 클럽이라는 작은 공동체에 모인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눴던 헨리와 리키에 대해서도 한층 더 이해하게 된다. 추억을 수집하는 리키처럼 나 또한 사람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 


각자의 생각이 담긴 글을 남기고, 나눴던 대화를 옮겨 적는 것을 통해 우리는 타임캡슐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서없는 첫 독백'이라는 부제목으로 작성했던 브런치의 첫 글에서 미래는 다가와 봐야 아는 거라고 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 이 공간에는 새로운 사람들의 기록과 그들과 함께 꾸려나가고자 결성한 언바운더스 클럽이 등장했다.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에는 리키의 추억 속에, 나의 기록에 어떤 이야기들이 모여있을지 기대해본다.


P.S. 리키의 글은 브런치 맞춤법 검사를 완벽하게 통과했다... 


* Photograph @henry_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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