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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3. 2022

Ep 9.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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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바운더스 클럽을 결성한 후 많이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unbound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bound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이 자체로 이미 unbound의 목표에서 벗어난 게 아닌가?’ 사실 별 생각이나 계획 없이, 명확한 메시지나 정의 없이 머릿속의 생각과 개인적 목표만 가지고 시작한 일이기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언바운더라고 해서 사회적 규범이나 통용되는 상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 bound : 얽매인, ...해야 하는


어떠한 개념을 명문화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축구를 예시로 들어보자. 주말마다 경기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오프사이드 반칙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프사이드의 정의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겠는가? 비록 경기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그 정의를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 경기 중 일어나는 상황을 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명문화된 rule book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여기서 하나. 축구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오프사이드를 설명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 방법은 룰북을 보여주는 것이다. FIFA에서 규정하는 오프사이드의 정의와 성립 조건 등을 상세하게 읽어주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경기 중 발생하는 여러 오프사이드 상황을 보여주면서 공통점을 찾게 하는 것이다. 비록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겠지만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명확한 개념을 인식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뭐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언바운더스 클럽에 있어서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하고자 한다.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언바운더는 어떤 사람인지, 언바운드는 어떠한 행위와 사고방식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또한 경험해보지 않았고 목표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기에 당장 명문화하는 것은 어렵다.


한편 규칙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막 발걸음 뗀 우리의 작은 공동체가 튼튼하게 잘 성장하면 좋겠다는 ‘애정’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향을 잘 잡았으니 이대로만 잘 크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여나 엇나가지 않도록 계속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잘못되었는데도 그걸 깨닫지 못할까 봐, 빨리 바람직한 규범을 만들어서 이를 따르고만 싶어 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시기상조다. 주객전도가 되어버린다. 열정이 무뎌지고 안정성에 취해버릴지도 모른다. 우리의 공동체가 정확히 무엇을 할지 정해진 것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먼저 룰을 만들기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목표를 지니고 건강한 논의를 이어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렇게 축적된 소통과 교감 속에서 비로소 우리가 빚어낸 아름다운 화음이 어떤 음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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