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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5. 2022

Ep 11. 내려놓기

내려놓는다는 것과 포기하는 건 다릅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로 인해 동기부여가 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론 여러 갈등에 부딪히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욕심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닮고 싶고, 그들에게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특별하고 깊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을 할애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또,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들에겐 그 이상의 정성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사실상 나의 바람은 바람일 뿐이고 모두에게 특별해질 수는 없다. 때론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내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고 가면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일과 성과에 대한 욕심이 많다. 주어진 일이라면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고 객관적 지표로도 그 결과가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니 답답한 순간들을 마주하곤 한다.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수준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나를 갉아먹을 때가 많았고 피폐해지면서도 눈에 성과가 보이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때였다. 모든 일들이 객관적 수치를 통해 그 결과와 보람을 담아내지 못함에도, 다른 사람이 해둔 유사한 결과물에 비해 압도적인 우수함이 보이지 않으면 절망에 빠졌다. 또, 그런 다음에 다가오는 일에 대해서는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지쳐있었다. 육상으로 따지면 단거리에 올인하는 유형의 선수였고, 마라톤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모든 일이 뜻대로 흘러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기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내려놓는다는 건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려놓는다는 건 '최선을 다한 후'에 주어지는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며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하여 다음 방향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좋은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기 위해, 내가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상대방이 내 진심을 알아준다면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다른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내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았다면 지난 과정을 돌아보고 다음 성과를 위해 개선하면 된다. 


내려놓는다는 건 절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다음을 항상 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 Photograph @henry_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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