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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다에레스 Dec 08. 2022

나는 여러우물을 파는 사람이다 1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을 파라.” 하던 일을 자주 바꾸면 성과를 내기 힘들어,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속담이다.


나는 한 우물만 파지 못했다. 내 인생에 우물은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며 선택한 전공은 내 길이 아니었다. 선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내 안에는 타인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누구보다 내 길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했었고, 이십 대의 초중반까지 열정을 모두 쏟았기에 파던 삽을 내던졌을 때 상실감과 실패감도 크게 느꼈다. 평생 한 우물만 파기로 결심을 했었는데, 평생 한 우물만 파는 게 자신이 없어졌기에 포기한 우물이었다.


두 번째 우물은 생계를 위해서 파기 시작한 우물이었다. 커피를 마시지도 못하던 내가 어쩌다 바리스타로 두 번째 삽을 뜨기 시작했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곳 없이 불안하던 시기여서,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그곳에 쏟아부었다. 노력을 하는 만큼 커피 실력도 많이 늘었고, 지역 내에서 실력 있고 일 잘하는 바리스타로 소문도 났다. 고객들과도 매우 친해져서 새로운 매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일하다가 먹으라고 간식을 사다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인정받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인가 싶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이던 점장님이 힘들어 퇴사하고 나서, 다른 경력이 없어서 다시 낮은 직급으로 돌아오는 걸 보면서 ‘오래 할 직업이 아니구나, 안정적이지 않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수동 커피머신을 사용한 탓에 내 오른손 손목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여러 요인이 평생 일할 곳이 아님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내 결심에 불을 댕겨준 건 엄마의 병이었다. 아픈 엄마를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신 이후, 혼자 엄마를 돌보며 자존감이 바닥이었고, 지쳐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여유는 당연히 없었고, 몇 달 동안 집 밖에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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