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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an 08. 2023

/ㅏ/ 와 /ㅓ/는 어떻게 다르지?

#2. 모음을 알아보자 

드르륵~ 

컴퓨터 자판 소리가 가득하던 교실 문이 열리고, 아이가 들어왔다. 

아직은 어색한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1학년 꼬맹이가 너무 귀여웠다.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고, 나도 그 앞에 따라 앉았다. 

오늘은 학교에서 뭐 했는지, 가장 재미있는 공부는 어떤 과목이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냈는지를 물어보면서 '선생님이 지금 너에 대해서 무지 궁금해~'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질문을 건네는데 아이는 뜬금없이 오늘 본 거미와 무당벌레 이야기만 한 트럭이다. 


자~ 그럼 우리 이제 공부해 볼까?!?!

T : "지난 시간에 우리 했던 놀이 기억나니?"

하고 물었더니 한글 자석을 가지고 왔다. 자음과 모음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지만, 무엇을 했는지는 어렴풋이 기억하는 듯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T : "우리 지난 시간에 혼자 소리를 낼 수 있는 모음과 혼자 소리를 못 내어서 모음이 필요한 자음을 구분해 봤는데,,,, 기억날까?" 

그리고 시범으로 한글자석 몇 개를 임의로 집어서 바구니에 분류하여 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S : "네.. 기억나요!"

T : "그럼 우리 복습할 겸 몇 개만 해 볼까?" 

한글자석 중 몇 개를 임의로 덜어내어 아이에게 한번 분류를 해보라는 듯 앞에 놓아주었다. 다행히 잘 기억하고 있던 아이는 곧잘 잘 분류하여 바구니에 바르게 담아주었다. 


그럼 오늘은 새로운 거 공부해 보자! 

미리 준비해 둔 모음 낱자 카드 중 /ㅏ/와 /ㅓ/를 꺼내어 보여주며 무엇인지 물어보니 /ㅏ/는 '아'라고 자신 있게 소리를 낸다. 오~  그런데 /ㅓ/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알려주니 따라서 잘 말하였다. 반복해서 몇 번을 물어보니 대답을 잘했다. 그리고 다시 물어봤다. 

T : " /ㅏ/와 /ㅓ/는 어떻게 다르지?" 

아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모양이 다르다고 말했다. 

T : "그래! 맞아.. 생긴 모양이 다르네... 비슷한 거 같지만, 다르게 생겼어.. 그렇지? 와~~ 잘 찾네? 그런데 또 다른 게 있어. 뭘까?"

의외의 칭찬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어서 다시 따라오는 질문에 당황한 듯 아이는 다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대답을 못했다. 

T : "어려워? 자... 잘 들어봐.../ㅏ/와 /ㅓ/ 뭐가 다를까?."

S : "..."

T : "소리가 다르지 않아? '아'하고' 어' 하고... 소리가 다르지 않아?" 

그 순간 아이는 생각도 못했다는 듯 "아~"하고 아쉬운 탄성을 내뱉었다. 

T : "소리 다른 거 맞는 거 같아요?" 

S : "네~"

T : "그래.. 맞아! 소리가 다르지? 그리고 또 다른 거 있는데.... 잠깐만.."

그러고 나서 나는 잠시 일어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투명 마스크를 끼고 거울을 챙겨 자리로 돌아왔다. 

선생님의 입이 보이는 익숙하지 않은 마스크를 본 아이는 신기해했고, 나는 입을 이래저래 벌려보기도 하고,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이 앞에서 잠시 까불어줬다. 신기해하던 아이는 끝내 웃어줬다. 


T : "선생님 입이 보이는 마스크야.. 어때?"

S : "이상해요. 근데 재밌기도 해요."

T : "그래? 하하. 선생님 /ㅏ/와 /ㅓ/를 소리를 다시 들려줄 테니까 뭐가 다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들으면       서 선생님 입에 집중하세요!  자~  '아~~~~'   '어~~~~'  한번 더! '아~~~~' ' 어~~~~' "

아이는 머리를 갸우뚱한다.. 도대체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T : "사랑(가명)아~, 선생님이 /ㅏ/할 때랑 /ㅓ/ 할 때 입모양을 잘 보세요. 어때? 다르지 않아?" 

S : "네.. 모양이 변해요." 

T : "오~~ 그렇지? /ㅏ/할 때는 입이 더 동그랗고, 'ㅓ'할 때는 조금 작아지지? 맞았어!! 소리도 다르고, 입모       양도 다르고, 글자가 생긴 모양도 달라. 그래서 이건 서로 다른 거야. 와~ 잘 찾았네? 

     그럼 이번에는 사랑이 입을 한번 봐 볼래? 사랑이 입모양도 변하는지? 자~ 선생님이 거울 가지고 왔으니       까 한번 직접 소리 내면서 자기 입을 살펴보는 거야!!"


우리는 한참을 지겹도록 /ㅏ/와 /ㅓ/를 소리를 내면서 놀았다. 낱자 카드 2개 중에서 소리를 듣고 골라보기, 낱자카드에 맞는 소리 내어보기, 입모양을 보고 맞는 낱자를 찾아본다던지. 조금씩 다른 활동이지만 결국에는 입모양과 소리와 낱자를 연결이 자동화될 수 있는 활동들을 여러 번 반복하며 놀았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지겨워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즘 그만 멈추었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T : "이제부터 사랑이 하고 싶은 거 하고 놀아도 돼! 사랑이 뭐 하고 놀고 싶어?"

아이는 뭐가 있지? 하는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더니 주저 없이 클레이를 가져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ok사인을 보내주었고, 아이는 자리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뭐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제일 좋아한다는 상어였다. 거침없는 손놀림이 한두 번 만들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상어이빨을 만들었는데, 디테일을 살아있었다. '이 녀석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구나.'

덕분에 아이에 강점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본격적으로 한글공부를 시작하기 전 왠지 좋은 징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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