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청년을 예전에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어눌한 목소리로 "버스 온다"를 외치고 손을 흔들며 버스에 탑승하곤 하였죠. 아침에 출근길에 나서면 종종 마주칩니다. 그는 늘 웃고 있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나는 그가 버스를 향해 딛는 발걸음을 볼 때, 인류가 달에 발을 처음 디뎠을 시기의 경외감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 그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있습니다. 어머니는 말씀합니다. "오늘은 날이 더워도 습하진 않아서, 바람이 불면 시원하네" 청년은 격렬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곧이어 외칩니다. "버스 온다" 그는 또 그렇게 씩씩하게 발을 디뎌 버스에 탑니다. 어머니는 청년이 혼자 버스에 탈 때도 이토록 씩씩하다는 걸 알고 계실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드님은 혼자서도 잘하세요."라고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습니다. 남들과 달라 보이는 아들을 씩씩하게 키워낸 어머니의 그 씩씩함. 제 경외감은 아들의 발걸음이 아니라 어머니의 발걸음으로부터 왔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무탈을 기원합니다.
아침부터 오글거리는 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과한 감성은 세상이 아닌 자신의 마음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기에 생긴 문제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경직된 섬세함' 등의 평가를 받는 문체를 갖게 된 것이겠지만, 저는 제 문체에 만족합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세상과 부둥켜 살고 싶습니다. 종군기자가 참혹을 고발하듯, 어떤 작가는 세상의 이면을 목격하여 글로써 고발해냅니다. 청년과 어머니의 마음이 빚어낸 세계를 바라볼 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 청량함에 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