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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Sep 18. 2022

하늘하다

술을 진탕 마시고 일어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버스를 탄다. 하늘이 정말 맑다. 이런 날엔 멍하니 창밖을 보며 풍경의 속도에 몸을 맡긴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에 눈을 맞추면, 마음들이 나를 감싸고 지나간다. 흐릿해지기 쉬운 정신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랄까. 오늘은 안녕하세요 대신, 하늘이 예쁘네요로 대화를 시작해볼까 싶었다. 우울은 바다가 되길 바랐는데, 우울의 색이 바랜 마음은 하늘이 되었으면 싶다. 저 푸르고 맑은 명사적 의미의 하늘, 그리고 그것을 한아름 담은 동사적 의미의 하늘. 하늘하다라는 말을 만들고 싶다. 가을이랬지, 분명 가을이더랬지, 하며 걸으며 볕을 쬔다. 따뜻한 감촉이 있다. 아, 당신을 만나면 반갑게 웃으며 하늘을 가리켜야지. 나는 당신을 이렇게도 하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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