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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산 Oct 16. 2024

산행 : 뇌 포맷하기

- 경영자의 필수 조건

Y 사장은 학창 시절 이후로 산에 가본 적이 없었다. 나와 오랜만에 산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예상대로 매우 힘들어했다. 1시간쯤 지나자 더는 산행을 못하겠다며 하산을 재촉했다. 나는 그에게 피로회복제를 건네고, 다리를 마사지해 주며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결국 남들보다 두 시간이 더 걸려서야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그는 몸의 변화를 느꼈고 가끔 나를 따라다니면서 산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처음 산행하는 사람은 하산하면 다시는 산 근처도 안 간다고 하지만 다음 달이 되면 다시 산에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 힘든 것을 잊는 것도 있지만 산행 후 몸의 변화를 느낀 것도 있다. Y사장은 암벽 등산까지 시도할 정도로 산을 즐기기 시작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사업에서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도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산행 처음에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사업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더라"며 산행이 그의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나는 산행 모임에서 등산이 우리에게 좋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경영자에게 등산이 필수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것저것 해보다 최후의 수단으로 무엇을 하는가? 귀찮고 힘들어도 우리는 하드디스크를 포맷한다. 포맷을 하면 모든 데이터가 지워지다 보니 모든 것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컴퓨터에 새로운 생명을 준 것이다. 포맷 후에는 모든 바이러스가 죽고 컴퓨터는 최상의 상태가 되어 안정적으로 잘 작동한다. 우리의 뇌도 스트레스라는 바이러스에 시달리다 보면 기능이 떨어지고 업무 효율이 저하된다. 그럴 때는 뇌를 포맷해야 하다. 우리의 뇌는 매일 업무와 짜증으로 엄청난 바이러스 감염되어 제기능을 못하다. 사무실에 앉아 있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 해결책은 바로 산행이다." 산행은 우리 뇌와 마음을 포맷하는 것과 같다. 뇌를 잘 돌아가게 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게 한다. 산행을 하면 정말 고민이 줄어들거나 해결된다. 산행은 정신건강과 육체적 건강을 동시에 치유한다. 


내가 40대 초반까지는 산행을 이해하지 못했다. 헬스장에서 몇 시간만 운동해도 충분한데, 왜 굳이 힘들게 산에 오르느냐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주말이면 집에서 쉬지 않으면 일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직원의 권유로 우연히 여름 산행을 함께 하게 되었고, 그 경험은 나에게 극심한 피로와 고통만을 남겼다. 하산하면서 "다시는 산에 가지 않겠다"라고 결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말에 혼자 사무실에서 일이 하던 중에 나는 자꾸 산이 생각났다. 몇 번 망설인 끝에, 혼자 다시 산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지난 산행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고 산행이 끝난 후에는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스트레스성 위염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고, 나에게 고질병인 비염도 줄어들었다. 그날 산행은 마치 신이 나를 불렀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산행의 효과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몇 번 망설이다 산행하기를 반복하면서 산행을 통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산행은 제일 먼저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마치 컴퓨터 작동이 늦어지고 시간 걸리는 것을 포맷하고 나면 새 컴퓨터처럼 산행 후에는 몸과 정신이 포맷된 것처럼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아진다. 짜증 나던 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진다. 한 번은 자꾸 거래처와 실수를 하는 직원에게 화가 나서 큰 짜증이 나고 있었는데 휴일 산행 후 왠지 이해가 되었고 차분하게 조언을 하게 되었다. 직원이 오히려 나의 변화된 모습에 놀랬다. 나역시 그런 마음의 변화가 신기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골프, 수영, 축구, 음악 감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산행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산행을 하면 사소한 고민들이 해결되거나 상대방에게 화냈던 순간들이 떠올라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알려진 데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산행은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은 폐와 심장에 좋을 뿐 아니라 칼로리를 소모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크다. 

산행 역시 해본 사람만이 왜 좋은지를 느낄 수 있다. 


나는 경영자에게 산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하고 전도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이나 휴일을 활용해 산행을 하는 것은 건강한 삶과 효율적인 사업경영을 위한 가장 좋은 운동이다. 이제 컴퓨터를 정기적으로 포맷하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주기적인 포맷 작업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산행만큼 가성비가 좋고 탁월한 것은 없다. 할 일이 없을 때 산행하는 것이 아니라 산행을 하고 나서 나머지 일을 해야 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산행이 우리의 정신 육체를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를 정말 해본 사람만이 수긍한다. 
(추가: 무리한 산행은 절대 금물이다. 몸의 변화에 놀라서 너무 좋아 무리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산행습관을 들이자.)

 



"산은 인간이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다." - 에드먼드 힐러리  

"It is not the mountain we conquer, but ourselves." - Edmund Hillary

 

"온갖 일들이 규칙적으로 묶여 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는 비록 일시적이나마 완전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 하나가 등산이다." - 폴베이사르
"In today's world, where everything is regularly bound, the only way of living that remains truly free, albeit temporarily, is through hiking."


"산에 오르면 육체는 피곤할지 몰라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진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Climbing a mountain may tire the body, but it lightens the heart like no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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