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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이야기 Aug 24. 2022

지인추천비 받고 왕국건설하기

요즘은 스타트업마다 인재 뽑겠다고 지인추천 제도를 많이 운영합니다.

회사입장에서 지인이 오면 나름 믿음도가고 인재 뽑는 시간도 줄고 여러모로 편한게 많아요.

1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금액도 다양하고, 횟수제한은 보통 없더라구요.

저도 이러한 지인추천제도를 통해 돈 받아봤어요.

처음엔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통장에 돈이 꽂히면 없던 충성심이 생기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지인추천제도가 스타트업에게 약간 독배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이 제도를 운영 하더라도 문제를 야기 할 부분도 제법 있어 보이거든요.


어느 의류 플랫폼의 CS책임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CS조직관리와 지인추천제도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본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본인 회사 얘기 같아도 픽션입니다.




어느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나름 의류 플랫폼 사업으로 인지도가 생기면서 돈도 좀 벌기 시작하고 CS가 중요해지는 시기였습니다.


콜센터 운영은 해야겠고 조직단위로 CS를 운영하려니 마음이 급했습니다.

어디 무슨 도급사에서 이커머스 쇼핑몰 센터장 좀 해봤다는 사람을 CS책임자로 뽑아서 급하게 자리에 앉혔습니다.


사실 채용한 도급사 출신 CS책임자는 센터 말아먹기로 유명한 센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스타트업하다가 이제 좀 잘나가기 시작한 회사에서 그런걸 알리가 없었습니다.


새로들어간 CS책임자는 예전 도급사 콜센터 센터장 시절처럼 하급자들이 떠받들어줘야 하기에 팀원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세상에.. 도급사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금액의 지인추천 제도가 있었습니다.

지인추천을 해서 지인이 회사를 다니면 경력에 따라 1인당 300만원 및 600만원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팀원을 뽑아야 하는데 이런 땡큐가 없었습니다.


말하는 재주가 뛰어난 덕에 이사를 잘 구슬려서 있는 T/O 외에 추가로 직원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CS조직의 대부분은 CS책임자의 지인들로 셋팅이 완료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났더니 수습 끝났다고 지인추천비가 통장에 꽂히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수가..통장이 촉촉해졌어`

`이제 본격적으로 내 세상을 만들어야 겠군`


그간 본인 지인들로 인력을 셋팅하던 책임자는 본색을 드러냅니다.

조직내에서 올바른 말 하는 직원들을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이야기는 과장해서, 없는 이야기는 만들어서 여론몰이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희생양들은 팀을 떠나게 되고, CS조직은 점점 왕국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다시 지인추천을 시작합니다.


`쫓아낸 애들 T/O를 채워서 통장을 충전해야겠군'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보니 인력이 필요해서 채용공고를 내면 생각보다 많이 고급인력 이력서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지인으로 채워서 돈과 충성을 받아야하는데 사람 잘못 뽑아놓으면 1~2년 후 내 자리가 위험하게 생겼습니다.


`나보다 잘나보이는 놈들은 서류부터 잘라버려야해'


괜찮은 사람 들여서 회사 발전시키겠다고 지인추천 제도 운영하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유능한 인재들의 이력서는 쓰레기통으로 가고 정작 떨어질 사람들이 붙기 시작합니다.

본인의 거취를 위해 지인들과 떨어질 사람들만 앉혀놓았으니 조직원들은 CS책임자에게 더더욱 더 충성을 다 합니다.


그렇게 몇달 후, 어느날 몇 명 되지도 않는 도급사 콜센터를 이중으로 계약하는 일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사님, 2개 도급 업체를 운영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올리는게 좋습니다'


뭔가 회사에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이사는 승인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이유인지, 어떠한 문제를 야기시키는지 이사는 알 리가 없었습니다.

업체가 늘아나면 위탁사는 오히려 관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며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변하는데도 말이죠.


사실 알고 보니 CS책임자는 현재 운영중인 도급 콜센터의 영업담당자와 개인적으로 매우 친한 사이였습니다.

본인과 같은 회사 출신이었거든요.

그런데 현재 도급사의 영업담당자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그 회사에 계약실적이 필요해졌어요.

이러한 상황을 그 의류플랫폼 회사의 경영진이 알 리 없었습니다.


우연히 CS책임자의 이러한 횡포와 계약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회사의 이사가 조직을 정비하고자 했으나 CS조직에 대해 단 1도 모르니 어쩌지도 못했습니다.

CS책임자를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놓았지만, CS조직도 겸직을 시킬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지 못해서 답답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력서 검토를 다시 CS책임자에게 맡겨놓았으니 제대로 된 인재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애시당초에 본인보다 잘난 사람을 뽑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의 후임자 자리를 그 사람에게 검토를 맡겨놓았으니 괜찮은 사람들의 서류는 다 쓰레기통 행이 되었습니다.

인사팀도 담당부서의 의견을 존중해야하기에 CS책임자에게 뭐라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CS책임자는 이제 겸직까지 하며 경쟁상대의 싹을 제거하고, 그곳의 책임자로서 지인추천금 루팡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가는 아니어서 글 재주가 없지만 가급적 우리가 회사에서 겪을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고자 했습니다.

위의 소설이 얼마나 와 닿으실지 모르겠군요.


▶ CS이야기를 잠시 해보자면

 규모가 큰 위탁사(금융, 통신, 쇼핑 등)들은 종종 2~4개정도 수탁사를 나누어서 계약을 합니다.

1개의 수탁 회사마다 작게는 20~30명수준에서 크게는 500~1,000명 단위가 되기도 합니다.


콜센터를 아웃소싱(Outsourcing) 하고 싶다에서 위탁사 또한 수탁사와 대화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요.

이렇게 계약한 수탁사의 숫자가 늘어나면 해당 회사의 실적 관리 및 정산을 위해 관리 인력 또한 늘어나야 할 것을 감안해야해요.

 꽤 많은 위탁사들이 어느정도 인력수준이 되면 경쟁 구도를 이용해서 실적도, 가격도 낮추는 전략을 쓰지만 10명 20명 규모의 계약을 둘로 나누는 짓은 매우 일반적이지 않아요.

본인의 회사에 이런걸 추진하는 CS담당자가 있다면, 필히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지인추천제는 어떨까요?

 악용사례처럼 글을 썼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 실제로 제가 다니던 회사의 인사책임자가 지인추천제도를 만들고 저렇게 이용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어요.

 지인추천제도는 좋은 제도이지만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 마무리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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