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Special Doctor 와의 첫 만남 (Dr. Ken)
처음 패밀리 닥터를 만나고 난임 전문 스페셜 닥터를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
대략 반년.
한국에서 병원을 갔다면 한 달이라면 모든 검사를 끝내고
이미 결과도 받고 시술도 몇 번은 들어갈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난 시작도 못하고 오롯이 검사만 6개월 걸린 것이다.
여기. 캐나다에서.
나의 검사 결과들은 다행스럽게도 PCRM 회원 포털 사이트에 모두 체크가 되어 있었다.
그중 걱정되는 항목이 있었는데 바로 풍진(Rubella virus).
오래전에 맞은 거라 농도가 조금 적다는 것이다.
풍진 주사를 새로 맞으라고 했지만 이걸 맞게 되면 최소 3개월은 또 기다려야 하니...
‘No More 기다림!’
그냥 적은 농도라도 있으니 이대로 진행한다는 서명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스페셜 닥터와의 만남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쯤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Dr. K 오피스의 리셉션 언니였다. (우리 패밀리 닥터)
“안녕, 우리 Dr. Kalia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전화 면담 시간을 잡으려고 연락했는데, 언제가 괜찮아?”
“Dr. Kalia가? 왜?”
“우린 잘 몰라. 닥터가 나에게 너와 시간 잡아달라고만 했어.”
“아, 나 최근에 여러 가지 검사들을 받았는데 그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난 아무 때나 다 괜찮아..”
“그래 그럼 11월 **로 오전 10시 반에 잡아줄게”
‘와우’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알아서 척척척.
캐나다 패밀리 닥터의 환자 관리시스템인가??
대박 감동이었다.
그래. 느려도 이렇게 꼼꼼하게 봐주니까 느린 거구나...
누구인가.
누가 감히 캐나다 의료를 후지다고 욕하는가! (저요...)
하지만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패밀리 닥터 오피스에서 이렇게 따로 연락이 오는 경우는
1. 뭔가 내 결과에 문제가 있어서 스페셜 닥터에게 보내기 위해서나,
2. 추가 검사들이 필요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모든 검사들은 패밀리 닥터와 스페셜 닥터에게 전달된다고 하던데..
혹 내 결과가 많이 안 좋아서... 그런가?
마음을 졸이면서 기다린 패밀리 닥터와의 면담일 당일.
알아서 챙겨주는 닥터 케이의 고마움을 담아 내가 궁금해했던 거들을 자세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처참히, 와장창창 무너지고 말았다.
닥터 케이 왈,
“안녕, 그래서 오늘은 어떤 일로 나를 보자고 했니?”
‘쿵’ 1차 Combo!
“....”
“....”
“왜냐고요? 너님이 나를 먼저 보고 싶다 했잖아요...”
“그래? 음... 최근에 너 무슨 검사받은 것들이 있니?”
‘쿵. 쿵. ’ 2차 Combo!
“네가 추천서를 줘서 난임 병원에 왔고, 나와 파트너한테 필요한 피검사 그리고 내 나팔관 조영술,
복부 초음파 처방전을 받아서 지난주에 모두 완료했어. 너한테도 결과들이 갔을 건데, 못 받았니?”
‘내가 왜 이걸 설명하고 있어야 하나...’
“아, 잠시만.... 아 그래 여기 있네. 근데 내가 이 결과에 대해 대답을 해줄 수 없어.
스페셜 닥터 면담 날짜를 잡기를 원하니?
‘쿵. 쿵. 쿵. ’ 3차 Combo!
“저기... 스페셜 닥터와는 이미 11월 23일에 잡혀 있어. 오늘은 네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잡은 거 아냐?.”
“아, 이미 날짜를 잡았다고? 그럼 그렇게 하면 돼. 다른 문제는 없는 거지?
“없어.”
“그래 그럼 또 문제 있음 알려줘”
‘뚝..’
와... C,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 일까?
내가 진짜 세상 착. 하. 게 살려고 하는데...
장난 하나...
아니 본인이 먼저 나를 만나고 싶다고 예약 잡아 놓고 무슨 용건인지 나한테 묻는 건 어느 나라 화법인가?
내가 왜 더 화가 났냐면, 처음 의사가 나에게 한 첫마디는
의사가 의례적으로 환자에게 처음으로 하는 말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화하기 전 내 차트 상태조차 확인을 안 한 것이다!!!!
이렇게 닥터 케이는 나와 몇 분 전화하고 돈을 벌었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원해서.!
세상 먹고 살기 참 편하겠다....
그래. 이제는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인정하자.
캐나다 의료는 ‘똥’이다.
한국 의료 시스템에 비교하면 하늘과 지하 차이다.
잠시나마 캐나다 의료를 칭찬하고 대단하다고 믿었던 내가 바보 천치였구나... 싶었다.
그래, 패밀리 닥터라 그런 거겠지, 스페셜을 다를 거야, 왜 스페셜이겠어?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상담을 할 텐데.
그럼 나의 이 황당함이 그 대머리 닥터 케이에게 조금은 전달이 됐으리라...
11월 23일 1:45분
내가 모르는 의학용어를 말하면 어쩌지 싶어서 미리 난임 관련된 영어 단어들은 공부도 해두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드디어 스페셜 닥터한테 전화가 왔다.
나의 결과는...?
모 두 정 상.
나팔관도 이상 없고, 자궁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한 가지 걱정되는 거는 AMH(Anti Mullerian Hormone) 수치가 매우 낮은 거.
11.8 pmol/L.
거의 40대의 난소 기능이지만 이 수치가 낮다고 해서 임신을 못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고로 나의 정확한 진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
‘그래 안다고 안다... 그 말을 들으려고 난 6개월을 기다렸다고.’
Dr. Ken은 바로 나에게 두 가지 옵션을 주었다.
IUI, IVF.
인공수정과 시험관 수정.
예상대로.
미리 짝꿍이랑 이야기했던 대로 우리는 인공수정을(IUI) 먼저 시도해 보고
그다음은 그때 생각하자 했다.
의사는 자세한 인공수정 과정은 리셉션에서 다시 설명해 줄 것이라 했으며
반년을 기다린 이 통화는 단 5분도 안되어 빛의 속도로 종료되었다.
몇 분 뒤 리셉션 언니가 전화를 했고,
IUI에 필요한 계약서(청구 비용 포함)와 시술 과정 중 먹을 약, 등에 대한 메일을 보내주기로 했다.
자, 이제부터는 공짜가 아닌 것이다.
한국에서는 난임부부 지원도 많이 해주는 거로 알고 있는데 여긴 그런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동안 무료로 받은 의료비 모두 돌려받으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리셉션이 보내준 메일에 첨부된 계약서 및 청구 비용을 보니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인공수정.
한번 하는데 드는 비용은 $650 (텍스 /약값은 불포함/ 2021년 기준)
우리는 그래도 한 번은. 그래, 한 번은 해보고 싶었기에 울며 겨자를 먹으며 사인을 했고,
마침 전화를 한 그날이 생리 첫째날이라서 바로 IUI시술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시험관은 가지 말자..
제발...
하느님, 부처님, 삼신할머니, 조상님...
제발 한 번에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다음.
[IUI의 시작]
“참, 심플하다...”